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7일 기획재정부 등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발표한 가운데 민주통합당이 고강도 검증을 예고했다.
특히 민주당은 부동산 투기 의혹과 세금 탈루 의혹 등이 제기된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인수위는 이날 11개 부처 장관을 발표하면서 17개 부처 국무위원에 대한 인선이 마무리됐다.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는 오는 21~22일로 예정됐으며, 6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요청서는 지난 15일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해당 상임위는 여야 간사 협의를 거쳐 청문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에서 국무총리 및 장관 후보자 인사청무회 간사단 기자간담회를 갖고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가 비상한 상황인 만큼 준비된 내각이 필요하다"며 "변화와 책임, 소통, 도덕성의 '3+1원칙'이 엄격히 요구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원칙과 신뢰를 강조한 박 당선인이 부동산 투기와 탈세, 병역 비리, 위장전입 등 도덕성에 하자가 있는 사람을 왜 지명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증거 없는 소문에 귀 기울이지 않고 철저하고 엄정하게 검증하겠다.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서는 솔직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무총리 인사청문특위 민주당 간사인 민병두 의원은 "박 당선인이 몇 십 년 전부터 대통령이 되기 위해 준비했는데 난제에 대한 이해 정도와 국면을 돌파할 정치적 동반자를 거의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국정 수행 능력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덕성도 중요한 문제다. 사회 지도층이 어떤 모습을 보이냐에 따라 위화감이 최소화되고, 사회 통합이 폭넓게 된다"며 "민주당은 520개 공통 질의사항을 보냈는데 65%가 국정운영 능력과 이해도이고, 나머지가 도덕성이다. 균형있게 잘 짚어보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민주당은 당론은 아니지만 부동산 투기와 세금 탈루 의혹 등이 제기된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국방위 간사인 안규백 의원은 "김병관 후보자는 지명된지 4일 만에 증여세 탈루 의혹과 위장 전입, 허위 재산신고 등 부적절한 처신 등 자질과 도덕성에 심격한 흠결 발견됐다"며 "4성 장군 출신으로 군과 정부를 상대로 이권을 챙기는 외국계 무기 수입 로비스트로 활동한 것은 국방부 장관으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청문회를 7번 했지만 군대에서 제보를 받기는 처음이다. 군의 특성상 도덕성 기준이 서지 않으면 63만 대군을 지휘할 능력이 없다. 제대로 영이 설 수 있겠느냐"며 "후보직을 유지하기보다는 청문회 전에 자진사퇴하는 것이 박근혜 정부 출범과 군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박기춘 원내대표 역시 "국방장관과 법무장관 후보자는 청문회를 거부해야 한다는 게 국민적 여론"이라며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에서 좋은 교훈을 얻었지 않았느냐. 자진사퇴라는 제도도 상당히 좋은 제도"라며 사퇴를 종용했다.
문화부와 교육부,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정책 수행 능력과 도덕성 차원의 검증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서남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위덕대 총장 선임 과정과 증여세 탈루 의혹, 논문 표절 의혹 등을 꼼꼼히 살필 예정이다.
교과위 간사인 유기홍 의원은 "교육부 차관 출신이 위덕대 총장에 부임하고, 우연인지 실제 어떤 힘이 작용했는지 모르지만 12월에 경영부실대학 지정을 피했다"며 "총장 선임 과정 절차가 공정했는지, 전직 교육부 차관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밝혔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심재권 의원은 오는 28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병역과 재산 상황을 집중 검증할 계획이다.
심 의원은 "윤 후보자는 처음에는 근시, 두 번째는 디스크 문제로 병역을 단기사병으로 마쳤는데 어떤 과정인지 살펴보겠다"며 "2008년 공직에서 물러난 후 7억원 가량의 수익이 있었는데 재산 증식에 반영이 안 된 점이나 법무법인 김앤장에 근무하면서 로비 활동은 없었는지 등을 살피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윤 후보자가 과거 참여정부 시절에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수석으로 근무하면서 10·4 선언을 이끌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과정에도 깊이 관여했다"며 "어떻게 북핵문제를 비롯 남북관계를 풀어갈 지,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할 지 정책을 검증하겠다"고 덧붙였다.
문방위 간사인 유승희 의원은 유진룡 문화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5년간 이명박 정부가 파괴한 문화예술과 무형의 공공 인프라를 어떻게 복구할 것인지, 경제 논리 중심의 문화를 어떻게 개선하고, 컨텐츠 어떻게 발전시킬 지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여야합의도 되지 않은 정부부처의 장관 내정자를 먼저 발표하는 것은 국회 논의와 협의를 무시하는 자세"라며 "부처 전문성과 자질, 높은 도덕적 자격을 갖췄는지 엄격히 확인하는 '디테일 청문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