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완료된 79곳 중 63곳 토양오염…15곳 정화완료
토양오염 군부대 83% ‘석유계층탄화수소’ 다량 검출
전국 군부대의 토양 80%가 중금속과 발암물질들로 인해 오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부대에서는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기준치의 38배를 초과해 검출되기도 했다.
17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2021~2025년)간 전국 군부대 토양정밀조사 결과'에 따르면, 토양정밀조사가 완료된 79개 부대 중 63곳에서 비소·벤젠·카드뮴 등 발암물질과 석유계층탄화수소(TPH), 납·구리·아연 등 중금속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이 가운데 TPH는 토양이 오염된 63개 부대 중 52곳(83%)에서 검출되며 가장 빈번하게 발견됐다. TPH는 빈혈·백내장·피부질환 등을 유발하는 유해 물질이다. 포항의 한 부대에서는 기준치의 41.7배(8만3311㎎/㎏)에 달하는 TPH가 검출됐다.
TPH 다음으로 가장 많이 검출된 물질은 '납'이었다. 토양오염이 발생한 부대 중 20곳(32%)에서 검출됐다.
납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발암 추정물(2A)로 분류한 물질로, 중추신경계에 문제를 일으키고 뇌 질환, 신장질환 등의 원인이 된다. 인천의 한 부대에서는 기준치의 35.3배(2만4678.3㎎/㎏)를 초과했다.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벤젠·톨루엔·에틸벤젠·크실렌(BTEX)으로 인한 토양오염도 심각했다.
2021년 부산의 한 부대에서는 1급 발암물질이자 백혈병·골수종 일으키는 벤젠이 기준치의 38.7배(116.2㎎/㎏), 신장손상, 마비 등의 원인이 되는 톨루엔은 기준치의 18.4배(1101.7mg/kg)를 초과해 검출됐다. 각막 손상, 혼수상태 등을 일으키는 에틸벤젠은 기준치보다 8.9배(3020.1㎎/㎏)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부와 국방부는 매년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군부대 토양정밀조사를 실시한다. 올해도 22개 부대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환경부가 조사결과를 지자체에 알리면, 지자체는 토양이 오염된 군부대에 정화명령을 내린다. 토양오염 정화 책임은 소관 군부대에 있고,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정화명령 이행 기간은 최대 4년이다.
최근 5년간 토양오염이 진행된 63개 부대 중 정화가 완료된 곳은 15개 부대에 불과하다. 2021년 유해 물질이 검출된 무주의 한 부대와 부산의 2개 부대는 정화명령 이행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이행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정화명령을 내린 시점이 늦어지면 (정화가) 더 오래 걸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최근 5년 기준 토양환경보전법에 규정된 정화명령 이행 기간을 초과한 군부대 정화 지연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동안 토양뿐만 아니라 유류 유출로 인한 수질 오염도 5건 발생했다. 2022년, 2023년과 올해에는 각 1건씩 발생했고, 지난해에는 2건 발생했다.
올해 3월에는 경기 양주에서 군용 무인기와 수리온 헬기가 충돌해 화재가 발생했고, 헬기 연료가 신천으로 소량 유출됐다. 지난해 2월 경기 파주에서는 경유 약 100리터가 동문천으로, 2023년 충북 청주에서는 등유 약 30리터가 배수로로 흘러 들어간 바 있다.
유류 유출 사고는 환경부 또는 군부대가 자체적으로 오염 방제조치를 실시해 모두 수습된 상태다.
김 의원은 "군부대의 토양과 수질 오염은 장병과 지역 주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심각한 공공안전 문제"라며 "반복되는 오염의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환경부와 국방부가 협력해 정화·예방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환경노동위원으로서 관련 법·제도 개선과 철저한 관리 시스템 마련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