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정보원 예산을 이용해 편향된 정치 활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67) 전 국정원장이 “정당한 업무였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 심리로 열린 원 전 원장과 박승춘(71) 전 국가보훈처장 등 3명의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은 이같이 밝혔다. 원 전 원장 측은 “안보교육을 정당한 업무로 판단했다”며 “규모상, 절차상 정당하다고 인식해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처장의 변호인도 “기본적으로 공소사실을 부인한다”며 “문제가 되는 (안보) 강사들의 강연이나 칼럼 내용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며 혐의를 강력 부인했다.
원 전 원장은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정식 공판과 달리 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의 민간인 댓글부대 지원 혐의 재판도 함께 진행하고 있는 만큼, 앞 사건을 먼저 마무리한 뒤 정치 활동 혐의를 심리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현재 진행 중인 원 전 원장의 재판이 총 3건인데, 그중 2건이 우리 재판부에 있다”며 “함께 진행하는 것이 어려워 4월 중순께 준비기일을 다시 열겠다”고 밝혔다.
원 전 원장 등은 2010년 2월 국가발전미래협의회(국발협)를 설립한 뒤 안보교육을 명분으로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당시 야권을 비난하는 내용의 책자를 발간하는 등 정치 활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전 처장은 국발협 초대 회장을 맡은 뒤 2011년 보훈처장에 임명됐다.
검찰은 국발협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예산 55억원 상당을 지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원 전 원장 등의 2차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4월 16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