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성북구 미아리 재개발 지역 성매매 여성들이 강제 명도집행 당시 폐쇄회로(CC)TV 설치에 반발하며 구청과 재개발조합을 규탄했다.
미아리 성노동자 이주대책위원회(대책위)와 연대자 일동은 17일 오전 성북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월곡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조합)의 '기습적 CCTV 설치'와 이를 묵인한 성북구청을 비판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참가자들은 흰 우비를 맞춰 입고 '합의 없는 강제수용 절대 반대' '우리는 이 자리에서 죽기로 싸우겠다'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집회를 이어갔다. 구청 건물을 돌며 이승로 구청장 규탄 구호를 외치고 꽹과리를 치는 등 항의의 뜻을 표출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9일 오전 조합은 서울북부지법의 명도집행 과정에서 성북구 하월곡동 88번지 일대 재개발 구역에 CCTV를 기습 설치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일부 설치는 주민들과의 대치 끝에 저지됐지만, 그 외 구역에는 여전히 카메라가 작동 중이다.
이주대책위 연대자 일동은 "'범죄예방'이라는 이름 아래 그곳에 원래부터 살던 주민들을 '범죄자'로 몰아 쫓아내고 있다"며 "다시 언제 설치를 감행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또 실질적인 이주대책 없이 강행된 CCTV 설치는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주민들을 더욱 열악한 처지로 내모는 행위라며 "범죄 예방의 책임과 판단 기준을 조합에게 넘겨줌으로써, 정비구역을 떠나지 못하는 거주민들을 불법 점거자로 규정할 수 있게 한다"고 짚었다.
성북구는 자활을 위해 일정 조건을 충족한 성노동자에 한해 최대 월 70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이는 오는 10월 1일부터 신청 가능하며 당장 생계가 절박한 주민들에게는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연대자 일동은 지적했다.
이들은 이날 조합과 성북구청을 향해 ▲불법 명도집행과 CCTV 설치에 대한 조합의 사과 및 주민 감시 중단 ▲성북구청장의 즉각 면담과 현실적인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또 "불법추심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심모씨 사례처럼, 대책 없이 내몰린 주민들의 고통은 이미 현실"이라며 "부끄러움은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으려고 하는 당신 모두의 몫"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