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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고위 간부 '수사권 조정' 격문 올려…일선 열띤 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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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고위 간부 '수사권 조정' 격문 올려…일선 열띤 호응
  • 박경순 기자
  • 승인 2018.02.04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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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언론 등 이유 없이 우리 조직 모욕하면 대응해야
경찰 내부망에 호소글 올려…댓글 6백개 넘는 등 다수의 공감 얻어
▲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정부가 지난달 권력기관 개혁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현직 경찰 고위 간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부당한 비판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자는 글을 내부망에 올렸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경찰 내부망에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과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 방안에 대한 경찰청 소속 이모 경무관의 글이 게시됐다.

이 경무관은 “검찰개혁, 다시 말하면 권한분산이 필요한 것은 과도한 집중으로 인한 여러 폐해를 수십년간 경험해왔기 때문”이라며 “직접수사권으로 인한 표적수사, 수사지휘권으로 인한 사건 가로채기, 영장청구권으로 인한 전관예우, 이런 비상식을 바로잡는 것은 개인을 위해서도 경찰 조직을 위해서도 아닌 헌법상 규정된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이 경무관은 일부 정치권과 검찰, 언론의 부정적인 반응에 대해 “경찰은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지키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며 이에 대한 최종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럼에도 기초적인 수사권조차 없는 현실이 참으로 갑갑하고 이런 대접을 받는 게 몹시 견디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 조직에서 반성할 점도 있지만 대다수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우리 경찰이 왜 부당한 대우와 인식을 받아야 하냐”면서 “우리 조직이 많은 것을 요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찰의 임무와 책임에 상응하는 권한만 요구할 것이다. 그리고 요구할 것은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분노할 때는 분노하고 행동할 때는 행동해달라. 정치권이나 언론 등에서 이유 없이 우리 조직을 모욕한다면 대응해야 한다”며 “찾아가서든, 전화로든, 댓글로든, 하다못해 ‘화나요’ 이모티콘을 누르든 어떻게든 우리의 불안과 항의의 뜻을 표현해달라. 더 이상 참지 마시고 아프면 아프다, 슬프면 슬프다고 표현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경무관은 수사권 조정에 대한 냉소적인 내부 시각에 대해선 “그간 우리 고위직들 행태가 현장 여러분께 신뢰를 주지 못하고 많은 실망을 드렸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 “하지만 한번 더 믿고 함께 해달라는 염치없는 부탁을 드린다”고 요청했다. 

이어 “저부터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고 묵묵히 일만 하는 행태에서 벗어나 책임만큼의 권한을, 하는 만큼의 대우를 요구하는 당당하고 미래지향적인 경찰관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게시글에는 6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공감하는 내용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일선 경찰관은 “현장에선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냉소적인 반응이 있던 게 사실”이라며 “이런 분위기가 반영돼 글이 올라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지난달 14일 권력기관 개혁안을 발표한 이후 검찰 내부망에는 검찰 수사권 축소 방침에 비판하는 글이 올라온 바 있다.

모 지검 차장검사는 지난달 22일 검찰 내부 게시판인 이프로스에 ‘전국평검사회의 개최를 촉구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청와대와 여당의 왜곡되고 편향된 검찰 시각에서 나온 구조개혁안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改惡)”이라며 “법치 국가적 요청에 따라 탄생한 근대 검찰 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검에서는 일선 기획검사들을 통해 수사권 조정 관련 의견을 형식적으로 수렴하고 있을 뿐”이라며 전국 평검사 대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댓글에는 일부 검사들이 반박 의견을 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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