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기업에 특혜를 주도록 채권 금융기관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진수(58)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에게 항소심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는 24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부원장보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부원장보가 경남기업에 혜택을 줄 목적으로 금융기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금감원 국장은 감독 업무를 위해 은행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김 전 부원장보는 경남기업 대출을 압박하기 위해 부당하게 농협에 상당한 분량의 자료를 단기간에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금융기관에 대출 관련 조언도 할 수 있지만, 이는 해당 기관 의사에 반하지 않아야 한다”며 “김 전 부원장보는 농협 담당자 의사에 반해 경남기업 여신 협조를 요청하면서 경제활동과 계약의 자유를 침해했다”라고 판단했다.
또 “경남기업 워크아웃 과정에서 단순한 권고를 넘어 경남기업 입장을 반영해 구체적인 긴급자금 액수까지 지정했다”며 “신한은행 의사에 반해 경남기업 채무 재조정안을 재검토하게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 전 부원장보는 금융기관을 상대로 포괄적인 감독 권한을 갖는 우월한 지위에 있으면서 특정 기업 이익을 위해 기업 구조조정 의사결정 권한을 침해했다”며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훼손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부터 수행한 업무의 일환이라고 하지만, 이는 잘못된 관행으로 시정의 대상이다”라며 “다만 과거 처벌받은 전력이 없고, 이 범행으로 얻은 재산상 이득은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 전 부원장보는 금감원 기업금융개선국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3년 4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금융기관을 상대로 경남기업에 300억원 상당의 여신지원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농협이 경남기업에 170억원 상당을 대출해주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2013년 10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대주주 무상감자나 출자전환 없이 신규자금을 지원해달라는 고(故) 성완종 전 회장의 요구대로 경남기업 3차 워크아웃이 진행될 수 있도록 채권금융기관과 회계법인을 압박한 혐의도 있다.
검찰 조사결과 김 전 부원장보는 대출을 압박하기 위해 농협에 10년 치 여신심사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해 직원들로 하여금 단기간에 A4용지 30박스 분량의 자료를 복사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부원장보의 대출 요구는 일반적인 기업금융개선국장 업무 범위 안에 있었다”며 “경남기업이 부도되면 국가경제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클 것으로 판단해 여신지원을 조정·중재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김 전 부원장보에게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