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전병헌(60)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뇌물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두 차례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된 끝에 나온 기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출신 고위 인사가 재판에 넘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18일 전 전 수석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업무상횡령, 정치자금법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다고 밝혔다.
전 전 수석은 2013년 10월부터 2016년 5월까지 GS홈쇼핑·롯데홈쇼핑·KT 등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전 전 수석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소속 의원이자 한국e스포츠협회 명예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유관 기업을 상대로 사실상 뇌물인 후원금을 걷었다는 게 혐의의 골자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전 전 수석은 GS홈쇼핑으로부터 대표이사 국정감사 증인신을 철회해 달라는 등 청탁을 받고 한국e스포츠협회에 1억5000만원을 제공하게 했다.
KT를 상대로는 불리한 의정활동을 자제해 달라는 청탁으로 1억원, 롯데홈쇼핑의 경우 방송재승인에 대한 문제제기를 중단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3억원을 협회에 후원하게 했다.
또 전 전 수석은 지난해 7월 기획재정부에 한국e스포츠협회 예산 20억원 편성을 요구하고, 이를 보고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전 전 의원은 기재부 공무원을 상대로 “지시한 예산 20억원에서 10원도 빼지 마라”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2014년 11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자신과 아내의 해외출장비, 의원실 직원 허위 급여 등으로 협회 자금 1억5000만원 상당을 횡령하는 등 사실상 협회를 사유화한 정황도 다수 포착됐다.
이외에도 전 전 수석은 2014년 12월께 e스포츠 방송업체 대표로부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와 관련해 불법정치자금 2000만원을 직접 받기도 했다.
전 전 수석은 측근이었던 윤 모 전 보좌관을 통해 “돈이 필요하다”고 요청한 뒤, 이 업체 임원으로부터 직접 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시기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가 열리고 있었던 점 등을 감안해, 여기에 돈이 사용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전 전 수석을 기소하면서 롯데홈쇼핑 강모 전 대표도 뇌물공여 혐의로 함께 기소했다. 검찰은 강 전 대표에 대해 뇌물액수가 상당하고, 기프트카드 등 향응을 접대해 뇌물공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GS홈쇼핑과 KT의 경우 전 전 수석 측이 이슈를 발굴해 인위적으로 압박을 가한 점을 고려해 피해자로 판단했다.
검찰 조사에서 전 전 수석은 이같은 혐의에 대해 대체로 부인하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기업으로부터 500만원 상당의 기프트카드, 680만원 상당의 최고급 숙박 향응 등을 받아 본인과 가족들이 사용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동안 수사를 통해 전 전 수석의 대리인 역할을 한 윤 모 전 비서관을 비롯해 김 모 전 비서관, 배 모씨 등을 구속기소했다. 조모 e스포츠협회 사무국장도 구속됐지만, 지난해 11월 30일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되자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두 번에 걸쳐 전 전 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특히 지난달 13일 두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은 “이런 기각 문구는 본 적이 없는 기각 사유”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당시 법원은 “뇌물 범행이 의심은 되는데 다툴 여지가 있다”는 취지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결국 검찰은 지난 12일 전 전 수석을 세번째로 불러 조사한 뒤 재판에 넘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