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단가 100만원짜리 공사를 25만원 주고 하는 바람에 부실하게 만들어진 발코니에서 손님이 떨어져 다쳤다면 날림공사를 주문한 건축주에게도 형사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수원지법 형사8부(부장판사 하성원)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고모(53)씨와 신모(46)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 2011년 3월 스크린 골프장을 차리기 위해 경기 성남의 한 상가건물 3~4층을 빌렸다.
스크린 골프장을 운영하는 동안 3층 건물 옆쪽에 있던 철제 구조물 발코니를 건물의 앞쪽으로 이동 설치했던 고씨는 2014년 8월 임대차 계약이 끝나자 이를 원상복구해달라는 관리사무소 측의 요구를 받았다.
고씨는 옮겼던 발코니를 다시 이전설치하면서 시공업자에게 저가로 공사를 맡겼다. 150㎜ 앵커 대신 120㎜ 앵커가 들어가는 등 각종 부자재는 부실하게 쓰였고, 제대로 시공했다면 100만원 정도 들었을 공사가 25만원에 끝났다.
신씨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고씨에 이어 건물 3층을 빌려 라이브 주점을 차렸다. 소방서에 신고한 피난시설(소방전실)은 따로 있었지만, 신씨는 ‘화재 등 비상 시 외 출입 및 사용금지’라는 문구를 써붙여 부실 시공된 발코니를 손님들의 흡연 공간으로 개방했다.
결국 2015년 5월 신씨의 라이브 주점을 찾았던 손님 A(54)씨와 B(54)씨가 담배를 피러 나갔다가 이 발코니에서 떨어져 13m 아래로 추락했다. A씨는 뇌출혈로 사지마비, 언어장애를 갖게 됐고, 뇌출혈과 골절상을 입은 B씨도 발음·언어 결핍 증세를 보이고 있다.
검찰은 고씨와 신씨, 이 건물의 관리소장, 시공업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고 4명을 업무상과실치상 기소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이 가운데 시공업자의 책임만 인정해 금고 10월과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생각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고씨가 저가로 공사를 의뢰하는 바람에 부실시공이 이뤄져 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신씨에게도 손님에게 제대로 된 피난시설을 안내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의 책임은 공사를 한 사람 뿐만아니라 저가에 공사를 맡기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피고인들에게 공동 책임이 있다”며 “피해자들의 부상 정도를 감안할 때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