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화여대 목동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사망한 사건과 관련, 정혜원 병원장이 17일 “유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 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4명의 아기들과 유가족분들, 아기들의 예기치 않은 전원 조치로 불편과 고통을 겪고 계신 보호자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의료진과 함께 90도로 허리를 숙여 거듭 사과했다.
정 원장은 “현재 병원은 보건소, 경찰 등 관계 기관과 함께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향후 관계 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빠른 시일 안에 사태 발생 원인을 규명하고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5시40분께부터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던 환아 4명에게 심정지가 발생하는 상황이 동시다발로 발생했다.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4명의 환아 모두 오후 9시 30분~11시 30분 사이에 사망했다. 숨진 신생아들은 조산하거나 체중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한 미숙아로 신생아 중환자실에 짧게는 9일에서 길게는 1개월2주 가량 입원한 상태였다.
의료진은 전날 오후 5시44분께 남아 1명이 처음 심정지 증상을 보여 응급조치를 진행했다. 그러나 2시간30분여 뒤인 오후 8시12분께 해당 남아에게 다시 심정지가 발생해 사망했다. 또 여아 1명이 오후 7시23분께 심정지가 발생한 데 이어 또다른 남아 1명과 여아 1명이 오후 9시, 9시8분께 심정지가 발생해 심페소생술을 진행했으나 숨졌다.
사건 당시 전공의 2명, 간호사 5명이 중환자실에서 응급조치를 했다. 병원 측은 “사건을 보고받고 교수들이 바로 병원으로 나와 밤을 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다음날 오전 1시께 양천구 보건소에 신생아 4명이 숨졌다고 보고했다. 경찰서에는 유족 측이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사고 당시 16명의 신생아가 입원해 있었다고 밝혔다. 이 중 4명은 퇴원한 상태이며 지속적인 중환자실 관리 필요한 5명은 다른 병원으로 옮겨진 상태로 현재 신생아 중환자실은 비어있다고 전했다.
숨진 신생아들은 이 병원 영안실에 안치된 상태다.
병원 측은 일부 신생아들이 배가 볼록한 증세가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일부 신생아가 해당 증상을 보이긴 했다”면서 “(신생아마다 증상이) 다 달랐다”고 말했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숨진 신생아의 유족 측이 “언론보다 유가족이 우선순위에 밀려있다”며 병원에 항의하기도 했다.
숨진 신생아 1명의 아버지라고 밝힌 한 유족은 브리핑이 끝나고 병원 측이 질의응답을 받자 발언권을 얻어 “언론 브리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랴부랴 쫓아왔다. 브리핑 대상이 유가족인가 언론사인가. 뭐하는 짓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왜 첫 단추부터 이렇게 끼시나. 브리핑 예정이면 4명 모두에게 연락해서 ‘어디에 와달라’ 유가족에 알려야 하는거 아닌가. 언론 브리핑 자리를 먼저 마련해야 하나”라면서 “한번만 더 유가족을 우선순위에 밀어놓는 식으로 대응하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병원 측은 “유가족 분들에게 빨리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서울 양천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31분께부터 오후 10시53분께 사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던 신생아 4명이 숨졌다.
경찰은 전날 오후 11시7분께 “아이가 2명 이상 죽었다. 중환자실이다. 심폐소생술을 4명의 아이가 하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서울경찰청 과학수사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현장감식을 실시한 한편 병원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했다. 18일에는 숨진 신생아들에 대해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