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용인시 일가족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모(35)씨의 범행과 아내 정모(32)씨의 공모 혐의를 밝히는데 리조트가 통화 품질향상을 위해 자동녹음한 통화기록이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29일 검찰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 21일 경기 용인시의 한 아파트와 강원 평창군의 졸음쉼터에서 친모(55) 일가족 3명을 살해한 김씨는 범행 전후 강원 횡성군의 한 콘도 리조트에 머물고 있던 아내 정씨와 수시로 통화했다.
통화는 주로 김씨가 자신의 휴대전화로 리조트에 전화를 걸어 객실에 있는 정씨와 연결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당시 두 부부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휴대전화 요금을 못 낼 처지였고, 나중에 김씨만 휴대전화를 개통했기 떄문에 이런 방식으로 통화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검찰은 추측했다.
해당 리조트는 외부에서 걸려온 전화는 통화 내용을 녹음해 따로 저장하고 있었고, 피해자 시신 발견 후 수사에 나선 경찰은 압수영장을 집행해 리조트에 남아있던 김씨 부부의 통화 기록과 녹음 파일을 확보할 수 있었다.
“두 마리 잡았다. 한 마리 남았다”, “옷이 더러워졌다. 갈아입을 옷이 필요하다” 등 김씨와 정씨가 범행 중간중간 상황을 공유하면서 나눈 대화는 고스란히 녹음돼 결정적인 증거로 남았다.
그러나 검경이 확보한 김씨 부부의 통화 녹음 파일이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불법으로 보고, 재판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씨나 김씨 측이 향후 재판에서 이런 점을 문제삼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리조트에 전화를 걸면 ‘통화 품질 향상을 위해 통화 내용은 녹음될 수 있다’는 안내가 먼저 나온다”며 “김씨는 이런 안내를 듣고도 정씨와 통화했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통화 녹음에 동의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재판 과정에서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어 법리 검토를 했지만, 수사기관이 녹음한 것도 아니고 제3의 장소에 녹음돼 있는 것을 정상적인 압수영장으로 확보한 것이기 때문에 증거 능력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존속살해, 살인, 사체유기 혐의로 정씨를 구속 기소했다.
정씨는 지난 10월 21일남편 김씨와 공모해 시어머니(55) 일가 3명을 살해하고, 시신이 있는 차량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 부부는 범행 후 딸들(2세·7개월)을 데리고 뉴질랜드로 달아났다가 김씨는 과거 저지른 절도 범죄로 현지 경찰에 붙잡히고, 정씨는 자진귀국했다.
법무부는 지난 23일 뉴질랜드 사법당국에 김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김씨는 이르면 내년 초 한국으로 송환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