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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급계약 수주 대가 돈 챙긴 브로커들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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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급계약 수주 대가 돈 챙긴 브로커들 적발
  • 김성민 기자
  • 승인 2017.11.23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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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에 청탁’ 자치단체·학교 자재납품 계약

공무원에게 청탁해 자치단체와 학교에서 발주한 관급공사나 자재납품 계약을 수주하도록 해 준 뒤 알선 수수료를 받아 챙긴 전문브로커 11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브로커 중에는 국공립학교의 교구 납품 계약에 관여해 수억원을 챙긴 사이비 기자도 있었다.

광주지검 특별수사부(부장검사 박철우)는 변호사법 위반과 범죄수익은닉법위반, 변호사법위반방조 혐의로 A(52)씨 등 9명을 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2012년부터 올해 1월까지 기초자치단체가 발주한 공사와 관급 자재 납품 계약을 수주 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알선 수수료 명목으로 5000여만원에서 많게는 4억4000여만원을 받아 챙기거나 이를 방조한 혐의다.

사이비 기자 B(51)씨는 지난 2013년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광주와 전남지역 학교에 특정 업체의 교구가 납품될 수 있도록 해주고 수수료로 2억8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등은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 사이트에 올라온 업체 전화번호를 보고 ‘공무원들에게 청탁해 지자체에서 발주하는 납품 계약을 수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접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체가 수주를 받으면 성공 대가로 납품 계약 금액의 10~25%를 받아 챙겼다.

조달청을 통한 ‘제3자 단가계약’의 경우 입찰 절차 없이 지자체가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사이트에 등록된 제품을 보고 업체를 선택해 계약을 체결하는 형태로, 납품 업체 선정이 담당 공무원의 재량이기 때문에 전문 브로커를 통한 공무원 로비가 만연할 수밖에 없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전문 브로커들은 대부분 지자체장의 선거 운동을 도와주며 해당 지자체 공무원들을 상대로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 지역 사회에서 쌓은 오랜 인맥을 로비에 이용하기도 했다.
이 같은 지역 특성으로 인해 업체들은 브로커를 거치지 않고선 관공서 납품 계약을 따낼 수 없게 됐다.

관공서를 방문해 담당 공무원과 대화를 하는 데만 1년이 걸린 업체, 다른 업체의 로비 때문에 탈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해당 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브로커를 찾는 업체도 있었다.

광주와 전남지역 학교에 들어가는 교구 납품도 전문 브로커를 거쳤다.

교육청 출입기자였던 B씨는 교육청 예산 관련 부서 공무원, 각 학교의 교장, 행정실장 등에게 자신이 추천한 납품업체가 ‘비품선정위원회’의 후보업체에 포함돼 납품 계약을 수주할 수 있도록 청탁했다.

실제 지난 2014년부터 올해 2월까지 광주지역 학교에 납품된 급식용 식탁 중 77%를 2개 업체가 도맡았는데, 이들 업체 모두 B씨에게 공무원 청탁 명목으로 돈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교육공무원들과의 친분을 청탁에 이용했다.

지난 2010년 교육청과 학교 교직원들에게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업체로부터 돈을 받아 실형을 선고받은 전과까지 있었지만, 교육청 직원과 학교 행정실 직원으로만 구성된 친목 모임 3곳은 B씨를 가입시켜 정기적으로 식사와 골프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B씨에게 교육청 예산안을 누설하는 등 편의를 봐줬고, 심지어 인사 부탁까지 한 학교 직원도 있었다.

전문 브로커들의 배를 채우는 데 들어간 돈은 모두 국민들의 혈세였다.

업체들은 브로커들에게 건넨 알선 수수료만큼 공급 가격을 부풀리거나 품질이 낮은 제품을 지자체와 학교에 납품했다. 동일한 제품이 관공서에만 더 비싼 금액에 납품되고, 국민들의 혈세는 브로커들에게 빠져나갔다.

검찰은 이 같은 로비 과정에 공무원들이 개입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또 브로커들이 챙긴 돈을 모두 환수 조치하고 모바일 분석과 계좌 추적, 통화내역 및 회계 분석 등 과학 수사 기법을 활용해 납품 비리 구조를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결국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상황”이라며 “이번 수사가 지자체와 교육 기관에서 브로커 개입을 근절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공정한 시장 질서를 교란시키고 공공 조달 행정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공공분야 알선브로커 등의 유착 바리를 지속적으로 단속해 엄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변호사법 위반과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는 1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았다.

다른 4명의 브로커들도 1심에서 각각 징역 1년6월, 징역 6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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