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별로 사내에 사이버 성희롱 신고 센터를 설치하도록 권고하는 내용 등의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을 14일 내놨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설치에 나설지 불투명한데다 설치된다해도 신고가 사측에 의해 관리되기 때문에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는 14일 세종정부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갖고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직장내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기업들이 사내에 사이버 신고센터를 설치하도록 정부가 권고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근로자들이 부담없이 상담하고 신고할 수 있도록 사이버 신고센터를 익명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정부는 구상하고 있다.
우선 사내 전산망이 있는 사업장이 사이버 신고센터 설치 대상이며 사내 전산망이 없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성희롱 고충처리담당자를 지정해 신고센터를 운영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사이버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설치할 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권고사항일뿐 의무사항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업들에 대한 지도·점검을 통해 사이버 신고센터 설치 확산이 가능할 것”이라며 “사업주단체 등에 대한 홍보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사이버 신고 센터 설치를 강제하기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 고용부는 장기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법 개정을 통해 신고센터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도 검토할 것”이라며 “다만 기업 규모 등 구체적인 부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이버 신고 센터 자체에 대한 실효성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여성단체의 한 관계자는 “대면신고가 아니라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는 신고센터가 직장내에 생긴다면 성희롱 신고 장벽을 낮출 수 있겠지만 사업주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거나 신고이후 제대로 절차를 밟지 않는다는 점의 문제가 더 크기 때문에 신고센터에 의미를 두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 근로자 성희롱상담과 신고가 사측에 의해 관리될 경우 실효성이 낮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최근 논란이 된 한샘의 경우에도 사측에서 피해자를 회유하거나 사건을 무마하려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 9일 통과된 남녀고용평등법에 성희롱이 발생하면 사업주는 무조건 조사를 하도록 돼 있고 피해근로자가 수치심을 느끼지 않게 하도록 돼 있다”며 “또 사업주가 조사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면 안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일 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에 사업주에 대한 성희롱 조사 의무와 피해자 보호, 위반시 처벌이 강화된 만큼 신고 센터에 대한 실효성도 과거에 비해 크지 않겠냐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