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국정원과 엮여 수사 대상에 오르는 전·현직 검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 대다수가 주요 보직을 맡았던 만큼 검찰 조직이 받은 충격이 작지 않은 모양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지난 정부 국정원과 검찰의 부적절한 관계를 드러내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불명예스럽게 ‘친정’인 검찰을 찾는 검사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이야기하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검찰은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방해 공작에 ‘제 식구’들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당시 국정원에 파견됐던 검사들이 검찰 압수수색에 대비해 가짜 사무실을 마련하거나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들이 허위 증언을 하도록 했다는 게 의심의 골자다.
이와 관련해서는 2013년 국정원 감찰실장이던 장호중 부산지검장, 법률보좌관이던 변모 서울고검 검사, 파견검사였던 이모 부장검사들이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법무연수원 등으로 발령 난 이들은 검찰 조사를 거쳐 재판에 넘겨지는 수순을 밟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역임한 뒤 검사장으로 승진했던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도 국정원 근무 당시 있었던 일이 문제가 돼 출국금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과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8명 등 사찰 내용을 보고받고도 이를 묵인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옛 대검 중수부의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를 지휘했던 검찰 간부들 역시 검찰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있다. 앞서 국정원 검찰개혁위원회는 국정원 직원이 이인규 당시 대검 중수부장을 만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품시계 수수 건을 망신 주는 선에서 활용하라”고 전한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특히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의혹을 보도했던 기자가 개혁위에 “검찰에서 들었다”고 진술함에 따라 수사가 본격화하면 당시 지휘 라인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중수부장, 홍만표 전 대검 수사기획관, 우병우 전 대검 중수1과장이 그 대상으로 거론된다.
개혁위가 채동욱 전 검찰총장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이 의심된다고 밝히면서 재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역할이 새롭게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당시 국정원 직원 송모씨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 지으면서 윗선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밖에 검찰이 국정원의 선거개입 정황 문건을 활용하지 않고 청와대로 반납했다는 의혹 역시 내부 감찰 결과에 따라 검찰의 잘못이 드러날지 주목되는 사건 중 하나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은 사람보다 조직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검찰 개혁 논의가 한창인 만큼 제 식구라고 봐주고 말고 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