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운 겨울 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는 곳이 있다. 바로 만두집이다. 찜통을 여는 순간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욱하게 퍼지는 김은 사람들로 하여금 아무 것도 먹지 않아도 잔뜩 먹은 것 같은 포만감, 별로 따뜻하지 않아도 포근함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일까, 한겨울에 찾은 서울 도심 인사동 거리 한복판 쌈지길 바로 옆 ‘북촌 손만두(관훈동 42-2·02-732-1238)’는 늘 손님들로 넘쳐난다. 가게 안이 협소하다 보니 5분 이상 기다리는 것은 예사다. 엄동설한에 밖에 있으려면 여간 추운 것이 아니지만 다들 기꺼이 기다린다. 이유는 역시 만두가 맛있고, 크며, 저렴하기 때문이다.
밖에서 5분 가까이 꽁꽁 얼면서 만두를 찌는 모습을 구경하며 이제나 저제나 자리가 나기만 기다리다가 간신히 들어가 앉았다. 좁은 공간 안에 30석 가까운 자리를 배치하다 보니 커플도 마주 보고 앉을 수 없는 불편은 각오해야 한다.
찐만두, 튀김만두, 굴림만두 등 메뉴들이 사진과 함께 벽에 부착돼 있어 고르기에 편하다.
‘찐만두’(3000원)는 1인분에 3개가 나오지만 크기가 커서 여성이라면 1~2개만 먹어도 속이 든든할 정도다. 한 입 베물어 먹어봤다. 만두피가 조금 두꺼운 편이다.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두부, 숙주나물, 부추, 파, 돼지고기 등 신선한 재료로 매일 아침 만든다는 소는 합격점을 줄만했다. 따로 말하지 않으면 고기만두를 주니 김치만두를 원한다면 미리 말해야 한다.
‘튀김만두’(3000원)도 만족스러웠다. 만두를 한 번 찐 뒤 기름에 튀긴 다음 기름을 빼고 내놓는다. 덜덜 떨면서 만두 튀기는 모습을 훔쳐봤다. 기름이 상당히 깨끗했다. 원래 기름 더러울까봐 튀김류를 가급적 안 먹는 사람도 걱정할 필요 없다. 게다가 튀기는 요리의 경우 느끼한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이 집 튀김만두는 그런 걱정은 덜어도 된다. 만두피만 먹어도 일반 군만두에 비해 부드럽고 깔끔할 정도다. 찐만두에서 다소 두껍게 느껴진 만두피가 이 만두에서는 제대로 맛을 발휘하는 셈이다. 찐만두와 마찬가지로 크기도 크다. ‘이 집에서 가장 맛있는 만두’라는 중평다웠다. 고기만두와 잡채만두 중에서 고를 수 있다.
여기까지도 다른 집과 다르지만 진짜 독특한 것은 ‘굴림만두’(4000원)다. 이름처럼 동글동글한 것이 자칫 굴러갈 것 같은 만두다. 소를 둥글게 만든 뒤 밀가루 위에 굴려 옷을 살짝 입힌 뒤 쪄내는 만두다. 한 입에 쏙 들어가는 것이 먹기에 편하다. 1인분 9개가 나온다. 만두피가 거의 없다시피 한 만두이다 보니 추운 날씨에 소가 바로 식어버리므로 최대한 빨리 먹어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이 집을 찾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 만두가 맛있다는 의견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 모두를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모둠만두’(7000원)다. 찐만두 1인분, 튀김만두 1인분, 굴림만두 3개가 세트다. 가격은 사실 300원 정도 할인 받는 것에 불과하지만 커플이라면 모둠만두 1인분과 구수하게 우려낸 사골 국물과 함께 소고기와 볶은 야채 고명을 올려 나오는 ‘칼국수’(5000원)나 한우육수와 동치미 국물을 잘 섞은 뒤 다진 양념 양으로 순한 맛, 매운 맛, 너무 매운 맛 등 3단계 매운 맛을 나눈 ‘피냉면(’5000원) 중 하나로 짝을 지어 나눠먹으면 더욱 경제적이고 정도 두터워질 수 있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라면 칼국수가 낫다. 냉면은 냉면집의 그것과 달리 면이 잘 풀리지 않아서 아쉽다.
포장을 원하는 손님도 많아 집에 가서 쪄먹기 편하도록 준비해서 판매한다.
함경북도 함흥 옹기마을에서 맛집으로 손꼽히던 이씨만두가 6·25동란 때 월남해 강원 속초 중앙동에 정착한 뒤 3대째 이어지고 있는 집이다. 만두를 먹으며 올해는 통일의 기운이 맴돌게 되길 기대해보는 것도 의미있을 법하다. 주차는 당연히 안 된다.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문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