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년 만의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된 데 대해 양측은 서로를 탓하며 책임공방을 벌였다. 전날 새벽까지 이어졌던 실무접촉에서 형성된 '온기류'가 다시 하루 만에 '냉기류'로 바뀌는 양상이다.
11일 '대표단의 격'을 둘러싼 기싸움으로 당국회담이 무산된 데 대해 북측은 "도발"이라는 격한 표현을 써가며 우리측에 유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북측은 우리측이 수석대표를 차관급으로 교체한 것은 남북당국회담에 대한 우롱이고 실무접촉 합의에 대한 왜곡으로서 엄중한 도발로 간주하고 대표단 파견을 보류한다면서 회담 무산의 책임은 전적으로 우리 당국에 있다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김 대변인은 "김남식 통일부 차관의 격을 문제삼아 대화까지 거부하는 것은 사리에 전혀 맞지 않는다"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맞받았다.
통일부 당국자도 "우리는 북한 대표의 급을 문제제기 한 적이 없다"며 "그런데 북한이 급을 문제 삼은 것이니 이를 철회하고 들어오면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고 공을 북측에 넘겼다.
이 당국자는 우리측이 북한 대표단의 급에 대해 문제삼지 않았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측이 장관 대신 차관을 회담 대표로 내세운 이유가 북측에서 장관급 인사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측 모두 '형식논리'에 치우쳤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수석대표의 급을 맞추는 것은 형식논리가 아니라 남북현안에 대한 실질적인 협의를 통해 새로운 남북관계 만들어 나가는 첫 걸음"이라며 "이와 함께 대화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표시이자 신뢰 형성의 기초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대화의 문은 열려있으며 북한이 성의있는 태도로 나온다면 남북 당국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양측의 책임공방이 과열될 경우, 회담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