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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한길체제 1개월, 안정·혁신 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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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한길체제 1개월, 안정·혁신 줄타기
  • 이원환기자
  • 승인 2013.06.02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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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일 출범 1개월째는 맞는 민주당 김한길 대표 체제가 조기에 당을 안정시켰다는 평가 속에서 당 혁신 측면에서는 지나치게 속도조절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 대표가 지난달 5·4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후 비주류가 당 전면에 나선 결과다.

◇당 안정화에 상당한 비중

그는 지난달 가진 첫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너무 서두르다 내용이 못 미치거나 너무 신중을 기하다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며 안정에 무게를 두겠다는 의지를 내비친바 있다.

당 안정화는 당직 인선에서부터 시작됐다. 김 대표는 그간 당직을 맡지 못했던 당내 비주류 인사들을 상당수 주요당직에 전진배치하는 동시에 친노무현계·범주류로 분류되는 인물들을 곳곳에 임명했다.

이 같은 계파 안배 인사는 최고위원회에 진입하지 못한 친노 주류세력의 불만을 미연에 차단함으로써 '또다른 계파 패권주의가 발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원천봉쇄하기 위함이었다. 동시에 김 대표가 자기 계파 출신만 기용하던 과거 친노 주류 지도부의 인선 방식을 거부함으로써 당 체질 변화를 선언했다는 평도 나왔다.

게다가 자신의 측근을 중심으로 정세균·손학규 상임고문계파가 가세해 신(新)주류를 형성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되자 즉각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하려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면서 친노 성향 정세균 고문과 가까운 전병헌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되고 원내 친노 핵심 인사로 분류되는 전해철 의원까지 법률담당 부대표로 임명되자 결과적으로 친노 비노간 전선을 무디게 하는 탕평인사가 이뤄진 셈이 됐다.

당내 현안처리도 안정에 무게를 뒀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전 계파간 갈등을 촉발시켰던 대선평가보고서에서 주요 인사의 실명과 개인별 대선책임 부분을 삭제, 논란을 일단락했다. 대선패배 책임론을 앞세워 당권 교체에 성공한 마당에 굳이 친노 주류의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계파간 갈등의 불씨를 남겨둘 필요가 있겠느냐는 현실적인 고려로 보인다.

당명 개정에 발맞춰 바꾸려했던 당 상징색 교체 시점 역시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판단 하에 당초 계획보다 늦춰질 전망이다.

하지만 김 대표의 인사 스타일이 너무 조심스럽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명직 최고위원에 이용득 전 최고위원을 앉힌 것을 놓고는 참신함이 부족한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 최고위원은 민주통합당 창당시절부터 수차례 대표가 바뀌는 동안에도 최고위원, 비상대책위원 등으로 일하며 직함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김 대표는 다양한 사안을 활용해 내부결속을 다지고 있다.

또 청와대 윤창중 전 대변인 성추행 논란, 5·18광주민주화운동 역사왜곡 논란,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문제, 진주의료원 폐업사태,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속도조절론 비판 등을 통해 대여투쟁을 시도, 당내 결속이란 반사이익을 노리고 있다. 아울러 김 대표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10월 재보궐선거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고 선언하는 등 야권재편을 앞두고 내부를 단속하고 있다.

◇혁신도 중요…안철수 영입 내지 경쟁 위해 혁신 불가피

이 같은 안정지향적 행보는 사실 당 혁신을 위한 사전정지작업 내지 보완책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야권재편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변하지 않으면 안철수에게 먹힌다'는 위기감은 민주당내에 팽배해있다.

당의 체질을 개선하고 당내 계파를 청산하는 차원에서 추진 중인 사무처 당직자 명예퇴직 역시 이 같은 위기감의 발로다. 김 대표는 사무총장직에 박기춘 전 원내대표를 기용하는 강수를 두며 사무처 구조조정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국장·부국장급 당직자 105명을 대상으로 한 명퇴신청은 퇴직금 규모 등 쟁점 탓에 초반에 차질을 빚고 있긴 하지만 김 대표와 박 사무총장의 의지가 강한만큼 원안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고위직이 많은 역피라미드 형태의 사무처를 당내 계파주의의 산물로 보는 김 대표와 박 사무총장의 인식 역시 원안 추진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사무처 구조조정 외에 김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줄기차게 언급하는 '을(乙)을 위한 정당' 역시 당 혁신을 위한 카드 중 하나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남양유업 본사와 대리점 간 밀어내기 갈등으로 촉발된 갑을관계 논란에서 착안, 을을 위한 정당이란 구호를 도출했다. 그간 민주당이 외쳐온 경제민주화와 보편적복지란 구호가 새누리당의 의제 선점과 소위 '물 타기'로 위력을 잃자 김 대표가 갑을관계 논란을 모티브로 타 정당 및 정치세력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갑을관계 이슈를 선점한 김 대표가 새누리당과 안철수 의원의 추격을 효과적으로 뿌리칠 수 있느냐다. 새누리당은 갑을상생론을 내세우며 보수성향 유권자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고 안 의원 역시 자신을 '갑을'이 아닌 '병'으로 칭하고 친 노동 행보를 이어가는 등 민주당을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김 대표가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한 "우리사회에서 을의 편에 서서 실제로 을을 살릴 유일한 세력은 민주당밖에 없다. 민주당만이 의정활동과 입법정치를 통해 을의 눈물을 닦을 유일한 정치세력임을 우리 자신이 확인해야 한다"는 발언은 자신이 선점한 갑을관계 이슈를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안정·혁신 줄타기, 결말은?

이처럼 안정과 혁신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김 대표는 본인 스스로 지난 1개월을 돌아보며 안정과 혁신 중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 없음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김 대표는 지난달 31일 워크숍 인사말에서 "이제 며칠 있으면 당대표가 된지 한달이 된다. 어떤 분들은 민주당이 조금씩 변해가는 것이 느껴진다고도 말씀하지만 더 많은 분들은 기대만큼 획기적인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며 주위의 평가를 전했다.

이어 "획기적인 변화가 보이지 않는 것 맞다"면서 "당대표가 되자마자 다음날부터 '천막당사를 하자'는 식의 여러 제안이 있었지만 저는 채택하지 않았다. 사람으로 치면 화장을 고치고 새 옷 입는 것 같은 변화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생활태도를 바꾸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당 혁신에 관한 자신의 철학을 소개했다.

김 대표는 소설가 이상의 말을 인용하며 향후 당 혁신 방침을 소개했다.

그는 "이상이라는 소설가는 '절망이 기교를 낳고 그 기교 때문에 또 절망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당면하고 있는 위기가 기교정도로 벗어날 수 있는 정도의 위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조금 더디긴 해도 내용이 있는 근본적인 변화를 실천해야 국민에게 다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변화를 준비 중이고 그런 변화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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