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을 지낸 민주당 김원기 상임고문이 1일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거리를 두고 있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을 겨냥, "중간지대 설정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침을 가했다.
김 고문은 이날 오전 경기 양평 쉐르빌파라다이스 연수원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워크숍에 참석해 "양비론을 내세워 여도 야도 아닌 중간지대를 설정하는 움직임이 없지 않다"며 "정치에 대한 국민 혐오감에 편승하는 이 같은 노력은 바람직하지 않고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요즘 민심이 여러모로 오해를 해서 부정적인 시각이 있지만 우리 스스로 자신감이 없이 민주당을 제외한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등 패배의식을 가진 분들이 없지 않다"며 당내 친 안철수 성향 의원들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세계에 유례없이 군사독재정권과 투쟁해 자기희생으로 민주화를 이끈 자랑스러운 정당이다. 우리나라에 정치적인 유산으로 보존할 것이 있다면 제1번이 민주당"이라며 "여러분이 이번 워크숍을 통해 과거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았던 모든 것을 털고 다시 한번 똘똘 뭉쳐서 정치의 중심이 되도록 분발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고문은 또 한국 정당정치의 수준을 높이 평가하며 최근의 정치불신 풍조에 지나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지난 대선에서 국민에게 실망을 준 것은 인정하고 여론이 악화됐다는 것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서구 민주주의를 제외하면)일본의 정치와 비교하면 우리 대한민국 정치가 민주주의 본질에 접근한 정도, 도덕성, 투명성에서 결코 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에 대한 지나치게 과장되고 잘못된 극단적인 혐오 풍조에 약삭빠르게 영합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 선택을 받은 국가의 지도자라는 자부심과 자존심을 회복해 그에 걸맞게 행동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불신을 탈출하는 하나의 길"이라고 충고했다.
김 고문은 공천권을 시민사회단체에 전적으로 부여해선 안 된다는 견해도 내놨다.
그는 자신의 과거 발언을 소개하며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 풍조에 영합하려 공천 같은 중요한 문제를 정치를 모를 수밖에 없는 시민사회한테 통째로 도급을 주는 부끄러운 현상이 여야 모두에 일어났다. 정치 경험이 없고 정치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시민사회에게 공천을 맡기는 참담한 모습이 다시는 없게 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밖에 김 고문은 헌법개정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정상적인 민주국가에서 한국처럼 대통령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국가는 없다. 이 때문에 우리 정치에서는 대통령 권력을 어떻게 장악하느냐가 가치기준이 됐다"며 "대통령 권력의 지나친 집중현상을 개혁하는 것만이 우리 정치개혁의 알파와 오메가"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개헌에 대해 당이 대단히 부담스런 측면이 있음을 알고 있다. 개헌에 대한 인식이 곱지 않은 현실도 안다"면서도 "대통령이 장악한 권력을 미국의 수준처럼 국회가 회수해 국회가 정치의 중심이 되도록 개헌을 하는 것이 야당과 우리정치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와 난국을 타개할 가장 효과적인 길"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