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자신이 제시한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인 '서울프로세스'와 관련, 동북아지역에서만 다자대화기구가 없다는 점을 들면서 협력을 위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벤자민 카딘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을 접견하고 북한문제 및 한반도·동북아 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세계 여러 지역에 다양한 다자협의체가 있지만 동북아 지역에서만 다자대화기구가 없다"며 "그만큼 다자간 협력을 강화해나가기 위한 대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동아시아가 유럽과 상황이 다르기는 하다"고 전제하면서도 "다자협력 프로세스가 독일의 통일 과정과 지역통합으로의 틀 속에서 큰 역할을 했던 것처럼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통해 보다 큰 틀에서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이뤄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박 대통령은 "기후문제나 테러대응, 원자력안전 등 협력하기 쉬운 분야부터 신뢰를 쌓으면 더 깊은 안보 문제로 발전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북한이 여기에 들어온다면 여러 가지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카딘 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높이 평가하면서 유럽의 '헬싱키프로세스'가 군사안보·경제·인권 등 3개 분야에서 국가들 간의 신뢰를 구축하는데 큰 성과를 거뒀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냉전시대 서유럽측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동유럽 바르샤바조약기구의 35개 회원국들은 안보와 경제 등의 협력을 위해 '헬싱키 협약'을 체결,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공산권의 개혁·개방을 이끌어냈다. 박 대통령의 서울프로세스는 헬싱키프로세스의 동북아판이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카딘 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동북아 평화안보 구상 추진에 유럽의 다자 간 신뢰구축 노력이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은 대화과정은 초기에 북한이 참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북한의 도발·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면서 "중국으로서는 북한이 핵 야망을 계속 진전시키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방중 시 중국과의 협의 방향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에 박 대통령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는 북핵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도발과 협박이 국제사회에 통해 대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협박이나 도발을 포기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북한에 대해 도발과 협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때에는 국제사회가 적극 지원할 것이라는 점을 일관되게 전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방미성과와 관련해서는 "두 나라의 동맹 관계를 더욱 굳건히 하면서 긴밀한 협력의 틀을 마련하고 오바마 대통령과 신뢰 관계를 쌓는 계기가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한·미동맹은 안보동맹으로 시작해서 경제동맹을 넘어 이제는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카딘 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미국방문이 "아주 성공적으로 치러졌다"고 평가하면서 "한·미동맹은 절대 깨질 수가 없는 것이며 미국 국민들은 항상 한국과 같이 서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미국 상원에서 발의한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결의안의 만장일치 채택에 대해서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
박 대통령은 또 미국 의회에 상정돼있는 한국인 대상 별도 전문직 비자 쿼터 법안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고 카딘 위원장도 공감을 표했다. 이날 접견에는 성 김 주한미국대사도 배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