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쩍새가 한번 운다고 해서 국화꽃이 피는 것은 아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7일 세종로 정부 서울청사 별관에서 연 취임 후 첫 내·외신 기자 브리핑에서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시구를 인용하며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그가 인용한 시는 미당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다. 지난 22~24일 중국을 방문한 최룡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대화 제의에서 한반도 정세 변화의 조짐을 읽는 것은 시기상조로, 일이 성사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을 에둘러 내비친 것이다.
◇"北과 대화를 위한 대화는 안된다"
윤 장관은 이 자리에서 “북한은 국제 의무와 약속을 준수함으로써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안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과거에 해왔듯 말의 성찬에 머물지 말고, 비핵화를 위한 조치 등 성의 있는 행동에 나설 것을 거듭 촉구한 것이다.
무엇보다, 북측이 이 시점에서 왜 대화를 제안했는지 그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는 일이 급선무이며,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해서 결코 봄이 온 것은 아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윤 장관은 그러면서 “진정성 있는 태도는 북한이 제일 잘 알 것”이라며 “북한이 이러한 요구를 어떻게 행동으로 보여주는 지가 중요하다”고 거듭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와 관련, 과거 6자회담 등에서 합의된 공동 성명 등 '가이드라인'도 제공했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그동안 많이 얘기됐던 것은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에도 채택되었고,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폐기·포기가 9·19 공동성명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과연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서 우리가 좀 더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후속 조치나 행동이 얼마나 진정성 있는지를 협의한 후에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우리는 6자회담 당사국 및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이러한 문제 협의를 위해 조태용 신임 6자 회담 수석대표가 6월중 유관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윤 장관은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행하고, 도발적인 행동에 관여해 왔기 때문에 6자회담 당사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단순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접고 나가자고 접근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日과 정상급은 물론 고위급 교류도 쉽지 않을 것"
윤 장관은 이어 일본 정치인들의 극우 발언으로 악화일로를 걷는 한·일관계와 관련 “이러한 분위기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에 정상급은 물론 여타 분야의 고위급 교류도 쉽지는 않을 수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다만 “역사문제를 둘러싼 갈등에도 불구, 한국과 일본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유하고, 북한 문제를 포함해 여러가지 전략적 이해를 공유하고 있다”며 경제·문화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해나갈 생각”이라고 투트랙의 접근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