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23일 CJ그룹의 수백억원대 소득세 탈세를 중심으로 수사력을 집중하는 한편, 비자금이나 편법증여 등 다른 의혹 전반에 대해서도 수사키로 방침을 세웠다.
검찰은 전날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으로부터 제출받은 2008년 이후 CJ그룹에 관한 세무조사 자료와 그룹에서 압수한 재무관련 자료를 토대로 그룹 차원의 탈세 여부와 액수, 방법 등을 면밀하게 분석 중이다.
세무자료에는 CJ그룹의 양도소득세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국세청 세무조사 당시 자진납부한 증여세 관련 내역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은 2008년 당시 이 회장의 차명 재산을 관리했던 전직 재무팀장 이모(44)씨의 재판 과정에서 차명 재산을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 국세청에 1700억여원의 세금이 추징된 바 있다.
검찰은 CJ그룹이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를 통해 계열사 주식을 거래하는 수법으로 시세 차익을 챙기고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정황과 단서를 잡는데 총력을 쏟고 있다.
또 CJ그룹이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차려놓고 자사 주식 90억원 어치를 매입한 뒤 주식을 팔아 치워 6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세청 세무조사 당시 전·현직 임직원 명의로 된 차명계좌 500여개에서 총 3000억여원 규모의 자금이 분산 예치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세청 세무조사 자료 외에 추가 자료나 내용이 있는지 살핀 뒤 탈세 여부와 액수, 방법 등을 밝혀낼 계획"이라며 "탈세 방법이나 내용 등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어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탈세와 관련한 자금 흐름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그룹 또는 CJ오너 일가의 비자금이나 편법증여 등과 관련된 정황이나 단서가 드러나면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장이 2006년께 비자금으로 매입한 무기명 채권 500억여원을 현금으로 바꾼 뒤 자녀 2명에게 250여억원씩 편법 증여하는 방법으로 세금을 탈루한 의혹이 제기됐다.
CJ그룹이 화성동탄물류단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해외 비자금을 끌어들여 외국계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가장한 투자금 500억원으로 부지 일부를 매입한 뒤 비싼 값에 양도해 300여억원의 차익을 거둔 의혹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은 CJ그룹이 국내 자금을 홍콩, 싱가포르, 스위스 등에 소재한 외국계 은행계좌에 숨겨두고 조세피난처와 홍콩의 특수목적법인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여러 단계의 자금세탁을 거쳐 국내로 비자금을 반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2008년 9월 이 전 재무팀장의 살인 청부 혐의 수사과정에서 이 회장이 홍콩에 은닉한 비자금 규모가 3500억원으로, 현지 300여개의 계좌에 분산 예치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팀장의 지시로 170억원을 투자받아 운용했던 박모씨는 당시 검찰조사에서 CJ 계열사의 신모 대표를 홍콩의 비자금 관리자로 지목했고, 수사팀은 비자금 관리내역이 담긴 이 전 팀장의 USB를 압수했지만 비자금은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비자금과 관련된 차명계좌와 규모를 단언할 수 없다"며 "이전 수사기록은 아직 검토해본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홍콩 등에 있는 역외 법인에 대한 자료가 필요할 경우 현지 정부나 세무당국을 통해 자료를 입수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CJ그룹은 버진아일랜드와 홍콩 등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와 역외 법인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CJ그룹의 조세피난처 법인에 대해 "해외에 어떤 법인을 갖고 있는지와 이 법인을 통해 탈세를 했는지 여부는 혐의와 관련된 부분"이라며 "혐의 입증에 필요하다면 상관관계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CJ그룹의 회계장부와 자금관리내역 등을 분석과정에서 회사 실무자들을 불러 조사하고 있으며, 압수물 분석이 마무리되는 대로 혐의가 짙은 주요 인물에 대한 소환조사에 돌입할 계획이다.
전날 현직 재무담당 부사장급인 성모(47)씨 등 임직원 여러 명을 출석시킨데 이어 이날 그룹회장 비서실 김모(48) 부사장과 재무팀 직원 김모(40)씨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이재현 회장을 비롯해 그룹 재무담당인 부사장급 성모(47)씨, 전직 고위 임원 신모씨, 전 재무팀장 이모씨 등 관련자 7~8명은 출국금지됐다.
한편 CJ그룹은 법무법인 '광장'과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변호인단으로 선임해 검찰 수사에 대비하고 있다. 여기에는 박용석(사법연수원 13기·전 대검 차장) 변호사, 박철준(13기·전 서울중앙지검 1차장) 변호사, 박상길(9기·부산고검장) 변호사가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