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 설립을 선언한 가운데 이 연구소가 대통령선거운동 당시 운영했던 '정책네트워크 내일' 포럼의 시즌2 형식이 될 것이란 전망이 23일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안철수, 설립 선언하며 8개월 전 떠올려
안 의원은 2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창비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책네트워크 내일' 설립계획을 알렸다. 이 자리에서 안 의원은 "대선과정에서 운영했던 정책네트워크 내일 포럼은 현장의 문제의식과 해결방법을 개방적으로 받아들인 뒤 정책을 다듬고 우선순위를 조정했다"고 대선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또 "결과적으로 안철수의 약속이란 400페이지 넘는 정책집이 50일만에 발간됐다. 수평적 네트워크의 힘이었다"고 정책네트워크 내일을 착안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 9월23일 이곳에서 대선 출마 후 처음으로 (정책네트워크 내일)포럼을 열었다.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곳"이라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안 의원은 지난해 대선출마 선언 나흘 뒤인 지난해 9월23일 창비카페에서 '열린 구조의 싱크 네트워크(think network)' 정책네트워크 내일 포럼을 통해 대선공약을 만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당시 안 의원은 정책네트워크 내일 1차 회의를 열어 "'내일'은 국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 수평적 형태로 정책에 반영하는 열린 모임"이라고 소개하고 "예전 포럼이 수직적이고 닫힌 형태였다면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수평적이고 열린 개방적 포럼"이라며 설명했다. 이번 설립 발표 때 발언과 거의 유사하다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다.
당시 결성된 분야별 포럼은 경제민주화, 일자리, 농업, 과학기술, 문화사회, 민주주의, 보건, 방송통신, 여성, 영유아보육, 환경에너지, 정치혁신, 혁신경제, 의료복지,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 IT, 사회적금융포럼 등이었다. 각 분야 전문가들과 대학교수들이 20여개 포럼을 꾸렸다. 전국 각지의 총 500여개 포럼이 참여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렇게 꾸려진 정책네트워크 내일 포럼은 안 의원의 기대대로 지난해 11월11일 대선공약집인 '안철수의 약속'을 성과물로 내놨다. 공약집은 대선기간 동안 안 의원이 내놓은 7대 비전, 25개 정책과제, 171개 정책약속을 담은 책자로 쪽수는 439쪽에 달했다.
이 공약집은 안 의원에겐 애틋한 존재였다. 지난해 11월23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진심캠프에서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을 한 안 의원은 '안철수의 약속' 발간 작업을 맡았던 한 팀장급 관계자에게 "내가 다시 시작하게 되면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책네트워크 내일 시즌2 가담할 인물은?
이처럼 안 의원이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뿌리를 대선 당시 싱크네트워크 정책네트워크 내일 포럼에서 찾고 있다는 점에서 옛 인물들이 다시 가담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0월7일 진심캠프에서 열린 정치·경제분야 정책비전 발표장에는 외교·안보 분야의 김근식(경남대)·김양희(대구대)·김연철(인제대)·김흥규(성신여대)·박정진(서울대 일본연구소)·백학순(세종연구소)·성원용(인천대)·윤영관(전 외교통상부 장관)·이봉조(전 통일부 차관)·홍성민(안보정책네트웍스)·정경영(카톨릭대) 등이 참석했다.
정치혁신 분야에서는 김호기(연세대)·고원(서울과기대)·김민전(경희대)·한종희(광운대)·정연정(배재대)·최태욱(한림대)·임운택(계명대)·김수진(이화여대) 등이 동석했다.
경제민주화 분야에서는 장하성(고려대)·이봉의(서울대)·전성인(홍익대)·박경서(고려대)·신진영(연세대)·원승연(명지대)·전강수(대구카톨릭대)·신현호(전 KPMG상무)·양채열(전남대) 등이 참석했다.
혁신경제 분야에서는 홍종호(서울대)·박원암(홍익대)·박기백(서울시립대)·원승연(명지대)·정남기(동아대)·이일영(한신대)·김우철(서울시립대) 등이 자리했다.
이 밖에 분권발전 분야의 김형기(경북대), 복지 분야의 송재성(전 보건복지부 차관)·이상이(제주대), 과학 분야의 정지훈(관동의대)·곽재원(과기총 부회장), 환경 분야의 안병옥(기후변화행동연구소) 등도 동석했다.
아울러 교육 분야의 조영달(서울대)·이범(전 서울시 교육감 비서실)·장시기(동국대)·최광준(경희대), 문화예술 분야의 원용진(서강대), 여성 분야의 이미경(전 성폭력상담소장), 방송통신 분야의 정인숙(가천대)·엄주웅(전 방송인), 노동 분야의 정병석(전 노동부 차관), 농업 분야의 이명수(전 농림부 차관) 등도 발표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1차 회의에 참석했던 카이스트 뇌과학분야 정재승 교수, 이은애 사단법인 씨즈 이사장, 안은주 제주올레 사무국장 등도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시즌2는 시즌1의 재판(再版)?
연구소의 이름과 인적 구성이 거의 동일한 탓에 대선 당시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재판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새로운 성격의 싱크탱크가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우선 진보 성향 원로 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으로 임명된 점이 주목할 만하다. 정당정치 전문가인 최 교수가 가담함으로써 안 의원은 그간 형성된 '탈정치' '반정치'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부터 안 의원을 돕고 있는 장하성 교수 역시 소장 부임 인사에서 "(인적 구성이)지난해 대선 정책팀에 국한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할 수 있는데 소수의 인물에 의해 만들자는 게 아니다. 폭넓게 네트워크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라며 인적구성에서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