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건설사가 추진한 4대강 사업의 입찰 담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여환섭)는 15일 4대강 사업 공사 과정에서 입찰담합 의혹을 받고 있는 대기업 건설사 16곳과 설계회사 9곳 등 총 25개 업체의 사업장 30여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삼성물산(건설부문), SK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등 대기업 건설사 본사 및 지사 등을 중심으로 압수수색을 대거 단행했다.
압수수색은 서울, 인천, 대전, 전남 나주 등 일부 지방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으며, 검사 10여명을 비롯해 수사관, 대검 디지털포렌직 요원 등 총 200여명이 투입됐다.
검찰이 이날 집행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입찰담합 의혹과 관련된 건설산업기본법 및 형법상 입찰방해 혐의만 적시됐고, 압수범위는 입찰담합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자료들로 한정됐다.
검찰은 이날 대형 건설사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 계약관련 서류, 4대강사업 관련 내부 문건 등을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4대강 건설과 관련해서 입찰담합 혐의로 고발된 대형 건설회사 등 관계사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며 "압수된 물건들에 대해선 기업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신속하게 검토한 다음에 반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초 '4대강 사업' 입찰 과정에서 건설사들이 담합한 의혹과 관련된 시민단체의 고발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에 계류 중이었지만 최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재배당됐다.
수사의 성격과 규모를 종합적으로 따져볼 때 형사부보다는 인지부서인 특수부가 신속히 수사해 결론을 내리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검찰 수뇌부의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이에 사건을 재배당받은 특수1부는 그동안 고발장 내용을 검토하고 구체적인 수사계획과 일정을 수립했다.
일단 검찰은 입찰담합 의혹에만 국한해 수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수사과정에서 추가로 다른 의혹과 관련된 정황이나 단서가 발견되면 수사대상과 범위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4대강 공사 과정에서 불거진 건설업체의 입찰담합 의혹뿐만 아니라 공사대금 과다 책정, 공사대금 횡령 및 유용 논란 등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대기업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4대강 건설사들은 공사 과정에서 배임, 횡령 혐의뿐 아니라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아왔다.
공사대금을 고의로 과대하게 책정해 전액 집행하지 않고 일부를 빼돌리거나, 하청에 다시 재하청을 주는 구조를 이용해 하청업체들에게 부풀린 공사대금을 지급하고 현금으로 되돌려받는 방식이다. 4대강 사업장의 원청 대기업이 건설노동자와 하청업체에 지급해야 할 선금을 불법 유용한 의혹 등도 불거졌다.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단서나 수사자료 확보되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착수 여부를 새롭게 검토해야겠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입찰담합 수사에만 주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과 공정위, 국세청에서 보고 있는 4대강 사업 관련 비리 의혹 사건은 모두 10건에 달한다.
검찰이 자체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1건과 고발사건 6건, 국세청 특별세무조사 요청 1건 등이다. 고발 사건에서는 건설사 30개사, 하청업체 1개사 58명이 피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서울중앙지검에는 4대강 사업 관련 고소·고발건이 6건이 계류돼있다.
'4대강 사업'의 공사대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으로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등 3개 단체가 김중겸 전(前) 사장 등 현대건설 관계자 12명을 고발한 사건은 특수3부가 수사 중이다.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가 김동수 전 공정거래위원장과 정재찬 부위원장, 신동권 카르텔조사국장 등 공정위 직원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사건과 공정위가 내부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내부 직원을 수사의뢰한 사건은 형사6부에 배당됐다.
4대강복원범대위·4대강조사위원회가 공정위 내부고발자 색출 논란과 관련해 김동수 전 위원장, 신동권 카르텔총괄국장, 김재신 카르텔총괄과장을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형사7부가 맡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4대강 사업 중 칠곡보 공사과정에서 하도급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아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서종욱 사장 등 대우건설 관계자 6명을 고발한 사건은 형사8부에 계류돼 있다.
지금까지 각 부에서 개별적으로 수사가 진행돼왔지만 앞으로는 특수1부를 중심으로 4대강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특수1부가 4대강 의혹 수사를 전담하고 상황에 따라 필요한 인력 등을 충원 또는 지원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오늘 압수수색은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에서 인력을 지원받아 실시했다"며 "압수물 규모나 범위를 보고 순차적으로 판단을 해서 신속하게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