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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더콜리 조교, 양떼 병사들을 몰아라…경남남해 '양모리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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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더콜리 조교, 양떼 병사들을 몰아라…경남남해 '양모리 학교'
  • 김지원기자
  • 승인 2013.05.12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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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떠가고, 바다에는 하얀 물결이 일렁이며, 푸른 초원 위에는 하얀 양떼가 평화롭게 노니는 동화 같은 풍경에서 어린 양을 품에 안아 보고, 식탐 많은 양들에게 먹이를 주고, 덤으로 양몰이까지 배울 수 있는 곳이 있다.

멀리 호주나 뉴질랜드, 영국 스코틀랜드에 가야 하느냐고? 아니다. 경남 남해군 설천면 문의리 산 181-2 ‘남해 양모리 학교’로 가면 된다.

왜 ‘양모리’이고 ‘학교’일까. ‘양몰이’를 맞춤법에 어긋나는 ‘양모리’로 쓴 이유는 이미 ‘양몰이’를 상호로 쓰는 곳이 있기 때문이고, ‘학교’를 붙인 것은 ‘양치기의 하루를 경험하고 양치기 수료증을 받는다’는 스토리텔링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양모리 학교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한 ‘제2회 창조관광사업 창업경진대회’에서 우수상, 경남지방중소기업청이 연 ‘1인 창조기업 지식사업화’ 사업에서 1위로 선정되며 ‘한국 최초이자 유일’이라는 가치를 인정 받았다. 특히 창조관광사업 2위가 되면서 상금(창업지원금) 3300만원을 받아 토지 임대와 양몰이 학교 개설에 보탰다.

양모리 학교는 눈 앞에 남해가 펼쳐지는 구두산 정상 가까운 곳의 울창한 편백나무 숲에 둘러싸인 3만3000㎡(약 1만평) 규모의 널따란 초원에 자리하고 있다. 삼촌인 양치기 마태용(45)씨와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조카 손미희(25) 대표가 힘을 합쳐 꾸미고,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마씨는 양몰이견 훈련사이자 양몰이 쇼 전문가다. 우연히 목양견을 이용한 양몰이에 푹 빠져들어 본고장인 영국으로 가서 목양견 훈련과 양몰이 기술을 배워왔다. 국내에서 양떼를 키울만한 곳이 없어 차에 목양견 보더콜리와 양 몇 마리를 싣고 이곳저곳 오가며 훈련시키던 마씨는 지난해 이곳에 정착한 뒤 관광공사와 남해군(군수 정현태)의 도움을 받아 양모리 학교를 개설하게 됐다.

양몰이 학교를 찾은 관광객들은 양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초원을 마음껏 뛰놀 수 있다. 당초 관광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마씨와 보더콜리가 양떼를 몰고 다니는 ‘양몰이 쇼’를 보여줄 계획도 세웠지만 양을 학대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중단했다. 볼거리를 놓쳤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눈을 번뜩이고, 귀를 쫑긋 세운 채 양떼를 감시하다가 무리에서 한 마리라도 낙오가 생기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제 자리에 되돌려놓는 보더콜리의 움직임에 따라 양떼가 자연스럽게 오가는 것이 그 어느 인위적인 쇼보다 활기차고 재미있다.

이곳은 ‘작은 동물원’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양 42마리와 보더콜리 5마리를 비롯해 염소 18마리, 닭 14마리, 백실크 오골계 10마리, 연산 오골계 2마리, 공작 3마리, 화이트 킹 비둘기 29마리, 토끼 7마리, 거위 2마리, 백칠면조 1마리, 황자보 1마리, 은계 1마리 등 수십마리의 동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관광객들은 동물들을 직접 만져보고 먹이도 주며 동심을 되찾고, 동물 사랑의 마음을 키우게 된다. 동물들과 부대끼며 생활하는만큼 몸 쓰는 일이 많은 마씨가 난치병인 크론병 등 선후천적 신체장애들을 극복한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아는 순간, 다른 인생 공부가 필요 없어진다.

어린이 대상 체험 프로그램들도 풍성하다. 동물엽서 색칠하기, 양털 염색, 양털 인형 만들기 등을 통해 학습효과도 거둘 수 있다.

매주 목~일요일 개장하는데 하절기(4~10월)는 오전 9시~오후 6시, 동절기(11~3월)는 오전 9시~오후 5시에 이용할 수 있다. 양의 먹이가 되는 초지를 보호하고 동물들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람 시간과 동시 수용인원에 제한을 두므로 인터넷 홈페이지(www.양모리.com)를 통해 예약해야 한다. 성인 5000원, 중고생 4000원, 어린이 3000원. 055-862-8933

인근 관광지로 조선 침략을 포기한 채 퇴각하는 왜군을 막다가 남해군 설천면 문의리 앞바다(노량)에서 순국한 충무공 이순신(1545~1598) 장군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충렬사, 1960년대 외화 획득을 위해 독일에 파견됐다 현지에서 정착해 살던 간호사와 광부들 중 30여 가구가 1999년 돌아와 터를 잡은 독일마을, ‘구운몽’ ‘사씨남정기’ 등을 집필한 조선 숙종 때의 문신이자 소설가인 서포(西浦) 김만중(1637~1692)을 중심으로 조선시대 문신들의 유배와 유배문학을 다루며 박물관이 없는 이 지역의 박물관 구실을 하는 남해 유배문학관 등이 있다.

       양모리 학교, 경남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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