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번 구속 세번 무죄'의 기록과 함께 선거법 위반 혐의로 네번째 구속됐다가 풀려난 무소속 박주선(64·광주 동구) 의원이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가 내려졌던 전직 동장 투신 자살사건이 다시 한번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9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의원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박 의원이 당내 경선을 1개월 정도 남겨둔 시점에 계획적으로 영향력이 큰 동구청 동장 모임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한 것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는 만큼 이를 유죄(벌금 80만원)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불법 선거운동을 하다가 선관위에 적발돼 전직 동장이 투신자살한 사건에 대해서는 유사기관 설치와 사조직 설립 혐의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박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장에는 박 의원이 사조직을 설립함과 동시에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는 내용이 들어있고 이에 대한 적용법조가 포함돼 있다"며 "사조직 설립 위반죄와 별도로 사전선거운동죄에 대한 공소가 제기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그런데도 1·2심은 사전선거운동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은 채 사조직 설립 등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며 "재판을 누락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대법원은 박 의원의 유사기관 설치와 사조직 설립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을 인정하면서도 사전선거운동 혐의에 대해 판단을 누락한 절차적 잘못을 문제 삼았다.
즉 유사기관 설치와 사조직 설립, 사전선거운동이 한 묶음인 상상적 경합 사건에 대해 1심과 2심이 사전선거운동에 대한 재판을 누락한 만큼 판결이 위법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박 의원 사건에 대한 광주고법의 파기환송심에서 사전선거운동에 대한 혐의를 다루더라도 대법원이 이미 한 묶음인 유사기관 설치와 사조직 설립에 대한 무죄 선고를 정당하다고 판단한 만큼 전체적인 형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박 의원은 벌금 100만원 이하의 형을 선고받으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이날 재판부는 유태명(70) 전 동구청장과 박 의원의 보좌관 이모(47)씨 등 5명에 대해서는 상고를 기각하고 집행유예와 징역형, 벌금형 등을 확정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4·11 총선 출마를 위해 보좌관 이모(47)씨 등과 공모해 사조직을 설립, 모바일 경선인단을 모집토록 하고 당시 3선 동구청장이던 유태명(70)씨와 함께 부정 경선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전남 화순군 모 식당에서 지역구 소재 동장 13명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하는 등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았다.
1심은 박 의원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동장을 상대로 한 사전선거운동 혐의를 제외한 나머지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로 판단하고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한편 경선인단 모집을 독려하던 전직 동장 조모씨는 지난해 2월 선거관리위원회에 단속되자 현장에서 투신자살해 파문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