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가 낮출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김중수 한은 총재의 동결 의지가 완강하다.
김 총재는 3일(현지시간) '제16차 아세안(ASEAN)+3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7월과 10월 50bp(1bp=0.01%포인트) 내린 것은 매우 큰 것이다. 미국과 일본도 아닌데 어디까지 가란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당시 폴리스 믹스(Policy Mix, 정책조합) 차원에서 금리를 내리면서 '(기획재정부) your turn(네 차례다)'라고 했다. 타이밍이 달랐을 뿐, 재정 승수(fisical multiplier)가 더 커질 수 있는 바탕을 깔아줬다"면서 "1~3월에 얘기한 것도 새 정부가 들어설 것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닥으로의 경주(Race to the bottom)'를 지금 한은도 하란 거 아니냐"라면서 "양적 완화 4개국 외에는 제로(0) 금리 못한다. 0%로 가더라도 (제자리로) 돌아온 나라가 없다. 1999년 2월 0% 금리가 된 일본만 하더라도 정상화가 안 되고 있지만, 그래도 (기축통화인) 엔화여서 살아남는 거다"고 반박했다.
정부가 내수 부양하는 데 한은이 힘을 보태줬으면 하는 바람 아니겠느냐는 질문에 "그런 생각을 정치적·사회적으로 할 수는 있겠다"면서도 "일일이 어떻게 대처하느냐"고 반문했다.
김 총재는 정부와 경기 판단이 엇갈린다는 지적에 대해 "'미인은 보기 나름이다(The beauty is in the eye of beholder)'라는 속담이 있듯이, 자기 눈대로 보는 것"이라면서 "12조(추경분) 반영 여부에 따라 다른 것인데, 조금만 (차이 나면) 엇박자라고 한다. 다양성을 인정 못 하는 문화에서는 선진국이 되기 어렵다. 똑같이 가는 것이란 같이 가는 게 아니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듯) 왔다갔다하는 것이다. (정부랑) 같아야 하면 조직을 하나로 합쳐야지, 왜 둘로 두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일을 할 때는 비난받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엔저(低) 정책에 관해서는 "엔저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무모한 것"이라면서 "지금 상황에서는 에비던스 베이스드(증거에 기초한, evidence based)가 되지 못한다. 경제라는 게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한은은 총액한도대출 네이밍(naming)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김 총재는 "IMF가 Bank intermediated loan support for small firms(중소기업 위한 은행중개대출)이라고 하던데, 우리는 뜻도 모르면서 '총액한도'라고 써왔다"면서 "일방적으로 바꿀 수는 없지만, 총액한도로 계속 쓸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외환은행 주식 소송 진척 상황에 대해서는 "기간 내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는 다 할 생각"이라면서도 "변호사마다 법 해석이 다른 것이 문제인데, 국가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이 법적 다툼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앞서 한은은 법원에 외환은행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올려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냈다. 외환은행과 하나금융지주 간 주식교환과정에서 외환은행 주주에게 제시된 주당 매수가격(7383원)이 적당한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김 총재는 부총재보 인사 시기를 묻자 "(굳이) 빨리할 (필요가) 있느냐. 천천히 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