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대선 당시 빚어졌던 선거법 위반 논란 등과 관련, 공직선거법상 공소시효 완성시점(6월19일)이 1개월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선 당시 정치권 내 고소·고발사건의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3일 민주통합당 우상호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최근 우 의원에게 오는 14일까지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라고 소환통보를 했다.
◇민주, 소환통보 받은 우상호 의원 비롯 다수 '긴장'
우 의원은 지난해 대선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을 맡으면서 12월3일 브리핑에서 박근혜 후보 5촌 조카살인사건 재수사를 촉구했다. 새누리당은 이를 문제 삼아 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우 의원을 고발한 바 있다.
당시 우 의원은 "오늘 시사주간지에 보도된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라며 "2011년 9월6일께 박 후보의 둘째 큰아버지 박모씨의 손자들, 즉 박 후보의 5촌 조카 중 한사람 박영수씨가 다른 사촌인 박영철씨를 죽이고 본인은 자살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 후보의 5촌 조카들이 서로 상대방을 죽이고 자살한 사건도 충격적이지만 이 사건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사건"이라며 "보도에 따르면 이 사건은 박근혜, 박근영 두 자매간의 육영재단을 둘러싼 재산다툼이 살인사건으로 이어진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력한 대통령 후보의 친동생이 살인교사혐의로 의심 받고 있는 그 사건에 연루돼있었고 그 연루된 사건의 연장선에서 5촌 사촌들이 서로 죽고 죽였다고 하는 사건인데, 납득할 수 없는 수사결과이고 모든 것이 의혹투성이"이라며 "이런 식의 친인척 관리를 하는 후보가 과연 대통령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내용의 발언 탓에 검찰로부터 소환요구를 받았지만 우 의원 측은 소환에 응할지 여부도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선거 당시 있었던 고소고발사건의 경우 여야가 상호 취하하는 것이 정치권의 관례인 탓에 우 의원 측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 의원 측은 또 자칫 이 사건이 또 다른 BBK사건으로 비화될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전당대회를 전후한 시점이라 당 차원의 대응 역시 여의치 않다는 점 역시 우 의원 측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 같은 걱정을 하는 것은 우 의원만이 아니다. 여야는 대선 당시 고소고발을 남발하다시피 했고 그 결과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정치인이 여야를 불문하고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누리당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발언 의혹과 관련해 문재인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죄로 고발하는 등 고발을 대선전략의 한 방법으로 활용했다.
새누리당은 서울 광화문광장 유세에 서울시민이 아닌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버스로 동원했다며 문 의원과 이인영 공동선대본부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박근혜 후보의 TV토론 아이패드 커닝 의혹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게시한 민주당 정청래 의원과 허영일 부대변인도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새누리당측으로부터 고발당했다.
박근혜 후보를 상대로 고액 굿 의혹과 신천지 관계 의혹을 제기한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나꼼수)' 3인방 역시 고발됐다.
인터넷댓글 대선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여직원을 불법감금했다는 혐의로 민주당 정세균 상임고문 등 10명이 고발되기도 했다.
◇새누리당 인사들도 여럿 고발당해
새누리당의 고발 공세에 민주당도 고발로 응수했다.
민주당은 "남북정상회담 때 노무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한 비공개 대화록이 존재한다"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의 발언과 관련, 정 의원과 이철우 의원, 박선규 대변인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했다.
남북이산가족 상봉 신청서에 문재인 의원이 나이를 속여 기재했다고 주장한 김혜은 부대변인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됐다.
이처럼 고발을 남발한 양당은 현재까지는 취하할 뜻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양당 정치인의 줄소환이 불가피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새누리당은 대선 직후 선거기간 중 있었던 고소·고발 건을 취하하지 않을 것이란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지난해 12월24일 "그동안 선거 끝나면 선거 중 있었던 고소·고발은 취하하고 '좋은 게 좋다'고 넘어갔지만 이번에는 흑색선전이 재발하지 않도록 고소·고발 취하 없이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정우택 최고위원도 "마타도어(흑색선전)는 새정치 입장에서 없어져야 한다"며 "이번 대선에서는 심지어 '나꼼수(나는꼼수다)'까지 등장해서 마타도어를 퍼뜨리는 행태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반복되지 않도록 당 차원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새누리당의 강경대응 방침에 민주당은 "뒤끝을 다짐하는 이런 입장이 발표되는 것으로 과연 국민대통합이 이뤄질 수 있겠느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박용진 대변인은 "관례적으로 대선과정의 상대에 대한 고소고발을 취하해 선거 이후 새 정부 출범에 또 다른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고, 상생의 정치를 펼쳐 갈 수 있도록 했었다는 점에서 이전의 관례가 지켜지기를 바란다"고 새누리당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이 이런 태도를 고수한다면 야당으로서 어떻게 달리 방법이 있겠느냐"며 "저희도 야당으로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은 끝까지 묻는 수밖에 없으리라고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팽팽히 대치하고 있는 양당이 끝내 고소·고발 일괄취하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고발사건에 연루된 정치인들은 공소시효 완성일인 다음달 19일까지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