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국회 입성 후 본회의가 없는 첫 날인 1일 보인 행보는 민주통합당 지도부에 대한 인사였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오전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를 만난 후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했다. 이번 만남은 안 의원 측이 전날 인사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오면서 성사됐다. 안 의원이 당선 후 민주당 지도부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만남은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문희상 위원장은 본인이 속한 서예 동호회인 서도회에 관심 있으면 가입하라고 권유했고, 박기춘 원내대표는 지역구 현안과 겹치는 4호선 연장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에 함께 하자고 제안하는 등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문 위원장은 특히 이번 선거에 출마하기로 한 결정과 미국에서 귀국할 당시 대선 단일화 과정에 대한 사과, 새 정치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말에 대해 "마음에 쏙 들었다"며 칭찬했다고 자리를 함께 한 송호창 의원이 전했다.
안철수 의원도 문희상 위원장과 40여분 간의 만남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문 위원장이)새 정치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란 말에 공감하시고 말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격려하고 덕담해주셨다"고 말했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안 의원에게 "정치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인상깊었다"며 "국회에서는 입법활동에도 동료 의원 10명의 서명이 필요하고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고 동료 의원들과의 협조를 당부했다. 안 의원은 이에 대해 "그렇더라. 잘 알겠다"며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상임위 배정 문제에 대해서도 "비교섭단체 의원의 경우 상임위 배정권이 국회의장에게 있기 때문에 국회의장과 잘 상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교롭게도 문 위원장과 박 원내대표의 지역구는 각각 의정부와 남양주로, 안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과 접해있는 곳이다. 때문에 이 자리에서는 창동차량기지 이전문제나 4호선 연장문제 같은 지역구 현안들이 자연스럽게 논의되기도 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문희상 위원장과 박기춘 원내대표의 지역구가 안 의원과 인접한 지역이다 보니 선거공약 사항 중 그 지역과 연계돼 있는 것들이 있다"며 "관련 문제에 대한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이 여당인 새누리당 보다 민주당 지도부를 먼저 찾은 것은 본인의 의향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강창희 국회의장 보다 민주당 지도부를 먼저 찾은 것은 순전히 실무적인 이유였다"며 "새누리당도 만날 예정이지만 민주당을 일부러 먼저 만났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날 오후 4시30분에 강창희 국회의장을 찾을 예정이다. 국회의장이 무소속인 안 의원의 상임위 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관련 내용이 논의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양측은 이날 만남에서는 상임위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안 의원이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하면서 IT 산업에 뛰어들어 유명세를 타고 있을 때 강 의장은 1998년 초대 과학기술부 장관에 취임해 정보통신부 기능까지 관할했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안 의원이 강 의장이 초대 과기부 장관을 역임하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며 "강 의장도 안 의원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