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 사업비가 31조원에 달해 '단군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 불렸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결국 청산된다.
용산사업 최대 주주인 코레일은 29일 낮 12시께 사업 시행사(PFV)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와 29개 출자사에게 사업 해제를 통보했다.
코레일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사업해제 통보는 '사업협약서 제35조(시행자 부도시 협약 해제)'와 '토지매매계약서 제12조(계약상 의무 불이행시 계약 해제)'에 따라 이뤄진 적법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드림허브는 지난달 12일 자산담보부어음 이자 52억원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졌다.
코레일은 민간출자사들이 지난 26일 정상화 호소문을 발표한 것과 관련, "시기를 놓친 것"이라면서 "대주단에 지급한 토지비 5470억원 등 매몰비용을 해결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함에도 자금을 부담하겠다는 내용없이 코레일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 사업을 끌고 가길 바라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코레일은 디폴트 직후 자사 주도 사업 정상화 방안을 제시했다가 거부당하자 청산절차에 돌입했다. 지난 11일에는 미리 받은 용산철도정비창 땅값 2조4167억원 중 5470억원을 대주단에 갚고 지난주 부지 소유권 이전 등기를 완료했다.
코레일은 30일 서울보증보험에 사업 무산에 따른 이행보증금 2400억원을 신청할 예정이다. 나머지 땅값은 은행권 차입을 통해 6월7일(8500억원)과 9월8일(1조1000억원) 상환할 계획이다.
반면 용산사업 2대주주인 롯데관광개발 등 민간출자사들은 사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사업 해제 정당성에 대한 쌍방간 사실 확인이 있기까지는 사업협약은 유효하다는 것. 민간 출자사들은 코레일에 대해 공동대응하기로 했다.
드림허브 관계자는 "이르면 내일 이사회를 열고 해제 통보의 부당성을 지적할 것"이라면서 "사업 정상화를 위해 마지막까지 코레일과 대화를 할 계획이다. 땅값을 모두 돌려줄 때까지는 시간이 있다. 소송은 최후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용산 사업은 2006년 경부고속철도 건설 채무 4조5000억원을 갚기 위한 용산 철도기지창 개발 사업으로 계획됐다. 그러나 2007년 인허가권자인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서부이촌동을 편입시키면서 서울 용산구 51만5483㎡ 부지에 업무, 상업, 주거시설 등을 조성하는 복합 프로젝트로 확대됐다.
사업 과정 중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사업성이 악화됐고 이로 인해 사업 주관사 변경, 대주주간 갈등, 자금난 등 내홍에 시달리다 지난달 12일 디폴트에 빠졌다. 디폴트 이후에도 정상화 협상이 이뤄졌으나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사업무산으로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 등 30개 출자사들은 출자한 자본금 1조원 등을 날리게 된다. 부지 편입 후 6년간 재산권 행사를 제약 받아온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