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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신인 막는' 사전선거운동 금지조항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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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신인 막는' 사전선거운동 금지조항 논란
  • 이원환기자
  • 승인 2013.04.2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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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재보궐선거일을 앞두고 선거운동에 관한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사전선거운동금지 및 처벌조항이 예비후보자와 유권자들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와 눈길을 끈다.

특히 지난달 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부적으로 공식선거운동기간을 폐지하고 상시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전선거운동 금지 관련 논쟁에 불이 붙는 듯한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혁신의 첫걸음, 사전선거운동금지 철회를 말하다' 공개토론회에서는 현행 공직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금지 및 처벌조항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이 쏟아졌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선거기간을 대통령선거의 경우 23일, 국회의원선거와 기초 선거의 경우 14일로 한다' '선거운동기간을 선거기간 개시일부터 선거일 전날로 정한다' 등 내용의 선거법 조항을 문제 삼았다.

법무법인 안세 이성환 대표변호사는 "현행 선거법은 현직에 있는 공직자에 비해 신참 도전자와 그 도전자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 심대한 차별을 가해 헌법상 평등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를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계적 추세를 거스른 한국의 특이한 사전선거운동 금지 및 처벌조항은 선거운동의 자유를 최대한 억제해 현직 국회의원들의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이해관계와 과열 타락선거 방지라는 명분을 내세워 복잡하고 방대한 규제를 집행함으로써 조직과 예산의 급격한 확대를 이뤄온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직이기주의가 교묘히 결합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또 "대다수 정치인들은 공직선거에서 당선 또는 낙선되는 순간부터 다음 선거에서의 재선 또는 설욕을 위해 노력한다. 이렇다보니 어떻게 하면 사전선거운동 금지규정을 회피해 실질적인 사전선거운동을 하느냐가 정치인들에게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고 현 세태를 비판했다.

그는 "사전선거운동의 금지는 현역 공직자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반면 도전자에게는 자신을 유권자에게 알릴 기회를 봉쇄함으로써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선거운동기간 제한 때문에 정책선거를 위한 정책여론조사조차도 실시하지 못하는 현실은 이 조항들이 얼마나 선거문화의 성숙을 가로막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사전선거운동 금지조항이 정치신인의 등장을 차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선거운동의 절대량을 제한하면 이미 학연, 지연 및 혈연을 통해 많은 유권자를 확보하고 있는 기득권세력에게 유리해진다. 주류경제학이론에서도 광고의 양을 규제하면 할수록 이미 지명도를 획득하고 있는 대기업 및 기득권자가 시장경쟁에서 유리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과열선거의 예방으로 현행 선거법을 정당화시키려는 시도는 기본적으로 우민정책의 잔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선거비용이 서민경제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폭주하지 않는 한 선거는 아무리 과열돼도 괜찮다"고 강조했다.

유승희 의원 역시 "사전선거운동금지 조항은 저 같은 현역 국회의원에게는 유리하지만 정치 신인의 도전을 어렵게 만든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뒤 "저 역시 이런 제도의 문제점을 절감했고 19대 총선 중에 헌법소원을 제출하기도 했다"고 자신의 제도 개선 노력을 소개했다.

이 밖에 단국대 김래영 법학과 교수는 후보등록과 선거운동개시일의 불일치로 피해를 입었던 진보정의당 조승수 전 의원의 사례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김 교수는 "조 전 의원은 2004년 총선에서 선거후보자로 등록한 다음날, 즉 현행법상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날의 바로 전일 오후 7시30분에 지역구민들의 자체적인 모임에 나가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음식물자원화시설공사를 강행하지 않겠다'고 발언했고 결국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기소되고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형(150만원)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상실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선거운동 규제 측면에서 나타난 온라인 선거운동과 오프라인 선거운동 간의 괴리도 지적했다.

그는 "2012년 법 개정으로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은 선거일을 제외하고는 완전 자유화됐는데 오프라인에서의 선거운동과 차별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며 "온라인이라고 해서 금권·과열선거가 덜 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오프라인에서도 마땅히 선거운동기간의 제한은 철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연세대 김종철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사전선거운동 금지규정은 위헌의 의심이 매우 높은 악법"이라며 "이 악법규정은 자유보다는 관리를 우선시하면서 정치의 영역을 축소시키고 국민을 정치적으로 소외시키는 전반적인 정치관계법의 기본구조에 비춰 때 빙산의 일각"이라고 현행 규정을 전반적으로 비판했다.

동국대 박명호 정치학과 교수는 대안을 제시했다.

사전선거운동 금지 규정을 없애자는 다수의견에 박 교수는 "선거운동 상시허용이 결정되면 후보자나 정당선거 전문가들이 정치적으로 준비해야할 업무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게 되며 따라서 정치활동 이외의 정부활동을 감시하거나 정책을 제안하는 업무는 거의 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거운동기간을 3가지 종류로 구분해 평상시는 '사전선거운동기간'으로, 선거에 임박하면(선거일전 120일 정도) '예비선거운동기간'으로, 후보자등록 이후부터는 '선거기간'으로 구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전선거운동기간에는 돈을 소요되지 않는 방법에 한해 입후보예정자 개인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하고, 예비선거운동기간에는 예비후보자 외에 가족과 일정수의 선거운동원도 선거비용을 초과하지 않은 범위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하며, 본 선거기간에는 후보자가 자신을 가장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선거운동 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하자는 것이 박 교수의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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