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의 5·4전당대회 지도부 레이스가 중반전에 접어든 가운데 당내 계파전쟁이 이번 전대에서도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비주류인 김한길 후보와 범주류로 분류되는 강기정·이용섭 후보간의 공방전이 가열되는 등 김한길 대 반(反) 김한길의 대결 프레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당 대표 선거가 본질 문제는 외면한 채 계파별 권련다툼으로 변질돼 주류·비주류 논쟁만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사실 민주당의 계파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과거 전당대회를 살펴봐도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주류와 비주류간의 치열한 대결구도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5·4전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주류와 비주류는 새 지도부 선출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전당대회 시기와 새 지도부 임기, 지도부 선출방식을 두고 양측은 각각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을 고수했다.
그래서 일까. 민주당 차기 당권을 위해 출마한 당대표 후보들은 하나같이 계파주의를 청산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혁신과 통합, 개혁을 위해서는 계파주의가 당내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강기정·김한길·이용섭(기호 순) 후보는 저마다 계파청산을 위한 처방전을 내놨다.
◇비주류 좌장 김한길 "당원이 주체인 정당 만들어야"
비주류의 좌장격인 김 후보는 '당원이 주체인 정당'이 계파청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김 후보에 따르면 정당정치는 우리 헌법이 요구하는 정치질서이고 정당은 당원으로 구성된 결사체다. 당원이 소외당하는 정당으로는 정당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없다.
또 당원의 상향식 의사전달체계를 확립하고 당원의 뜻이 당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에 놓이는 정당이 돼야 한다. 당권을 패권화했던 지도부의 기득권을 당원들에게 내려놓는 것도 필요하다.
김 후보는 '당원이 주체인 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해 전(全) 당원투표제를 도입하고 당 대표와 최고위원, 시·도당 위원장, 지역위원장, 대의원을 당원이 직접 뽑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계파정치를 마감해야 하고 계파 패권주의를 청산해야 한다"며 "계파의 이익을 당의 이익보다 앞세우고 계파의 이해를 국민의 이해보다 앞세우는 정치는 이제 끝장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계파와 지역과 세대의 벽을 허물고 우리 모두가 하나로 힘을 모아서 독한 마음으로 혁신에 나서야 한다"며 "계파에 관계없이 자리에 맞는 역량을 가진 분들이 당직을 맡고 각자의 자리에서 소임을 다할 때 우리 민주당의 힘이 가장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기정·이용섭도 '계파정치 청산' 한목소리
범주류측을 대표해 단일화 논의를 벌이고 있는 강기정·이용섭 후보도 계파주의를 잠재우기 위한 묘안을 내놨다.
강 후보는 '3세대 분권형 혁신정당'을 통해 민주당의 계파청산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3세대 분권형 혁신정당은 '중앙당' 중심의 민주당에서 중앙의 권한을 지역으로 이양하고 지역 일꾼들의 생활정치 마당으로 변모시키는 것을 말한다.
3세대 분권형 혁신정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활정치센터 제도화 풀뿌리 민주주의 실천 ▲당원이 주인으로 자리하되 지역 시민과 협동하는 정당 ▲생활정치포럼 구성 지역사회 아젠더와 정치 캠페인 전개 ▲민주정책연구원 위상 강화 ▲1인 대표제·최고위원 권역별 선출 등이 필요하다.
강 후보는 "계파주의 해체를 위해서는 생활정치의 활성화와 대표의 책임정치를 실현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특정정당의 지역독점 완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역 일꾼들을 동력으로 삼아 계파와 패권·분열과 패배의 상징으로 변해버린 중앙당을 강력한 리더십의 당으로 혁신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도 정당발전의 장애물인 '계파정치 청산'을 천명했다.
이 후보는 "정당이 국민의 이익보다 계파의 이익을 우선시하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며 "과도한 계파주의는 정치시장을 왜곡시켜 인적자원의 부적절한 배치와 정보의 혼란을 가져온다"고 계파주의 폐해를 꼬집었다.
그는 능력있는 원외 지역위원장을 적극 발굴해 주요 당직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에서는 계파주의로 인해 전문성과 능력이 출중하지만 선거구도나 지역적 열악함으로 선택을 받지 못한 원외 지역위원장들이 많다는게 이 후보의 판단이다. 능력에 따라 인재를 배치해 계파나눠먹기 구도를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훌륭한 인재발탁을 위해 공천혁명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공천의 공정성 여부가 정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좌우한다는게 이유다.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으면 계파주의가 살아나고 좋은 인재들이 당을 떠나게 된다.
이 후보는 "당 혁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고 그 힘으로 우수하고 능력 있는 후보를 당이 책임지고 공천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며 "대표가 되면 내년 지자체 선거에서 계파에 줄을 서거나 처세와 로비를 잘해서 공천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 대표 후보들이 계파주의를 청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계파주의는 쉽게 사라질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0년간 민주당에 뿌리내린 계파주의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게 이유다. 민주당 계파주의는 쉽게 해소되기도 어렵거니와 구성원들 간에 타파할 의지도 별로 없는 것이 민주당의 현실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 신경민 의원은 최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현재 모든 당 대표 후보들이 계파를 없애야 한다는 것을 첫번째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며 "실제로 당내 선거를 경험해보면 계파를 없앤다는 공약이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의원은 "그런데 사실은 계파를 없애겠다고 하는 공약조차도 의심스럽다. 계파를 없애면서 선거운동을 하는 건 쉽지 않다"며 "이렇게 계파를 나누는 것이 우리 당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당 관계자도 "당이 계파로 쪼개져 반성보다는 네탓공방만 벌이고 있는 모습이 민주당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당 대표 후보들이 계파주의를 없애겠다고 약속하지만 실제로 민주당에서는 계파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