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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문가 10명 중 9명 "당정청 압박 못이겨…韓銀 금리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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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문가 10명 중 9명 "당정청 압박 못이겨…韓銀 금리 인하"
  • 엄정애기자
  • 승인 2013.04.07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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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문가들은 오는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데 베팅을 걸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방침까지 밝히고 나선 정부와의 공조 차원에서도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게 주된 이유다. 사실상 한은 패배로 본 셈이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이후 다섯달째 동결해, 현재 연 2.75%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7일 뉴시스가 금융시장 전문가 10명에게 4월 기준금리 향방을 물어본 결과, 전체의 90%(9명)가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1명은 가능성을 '반반'으로 봤다.

지난달까지 금리동결(72.7%)을 예측했던 전문가들도 이번에는 인하 혹은 중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금리 인하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은 데는 경기 활성화가 시급한 당·정·청의 전방위적 압박에 경기침체를 나타내는 지표가 잇따라 나오고 있어서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조원에 달하는 추경을 할 만큼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인식이 큰데다 정부와의 정책 공조차원에서도 금리를 낮출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경기 부양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재정과 통화 정책이 상호 보조를 맞추는 게 맞다"면서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부담 완화는 (경기 부양의) 순기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재호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성장률(2.8%)과 1분기 성장률(0.8%)이 한은의 예상치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팽배한 상황"이라며 "정부의 경기 부양 노력에 공조해야 할 시점"으로 규정했다.

외부의 압력을 이겨내지 못할 것이란 견해는 염상훈 SK증권 연구원도 내놨다. 그는 "한은의 독립성이 보장돼야겠지만 (4월에도 동결로 넘어갔을 때의) 여파가 클 것"이라고 염려했다.

한은의 경기 인식이 안이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 총재와 하성근 금통위원을 뺀 나머지 6명의 위원들의 느리지만 경제가 회복 중에 있다고 진단해왔다.

박기홍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연구위원은 "경제 부진의 윤곽이 잡혀간다. 양적완화로 조금씩 풀릴 것 같던 글로걸 경기가 유로존 문제에 맞닥뜨리게 되면서 수출이 주춤해졌고, 투자가 안되는 상태가 고착화될 것이란 우려도 크다"고 꼬집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예상보다 중국 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대북 리스크로 외국인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주가가 급락했고 국민들의 투자 심리마저 위축됐다"면서 "(경기가) 더 나빠질 때를 대비해 (금리 인하) 카드를 남겨두는 것보다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현 시점에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BOJ)의 대담한 통화완화 조치에 따른 엔저현상을 우려해야 할 때"라면서 "지금 (금리를) 인하해도 늦었다. 한은의 (잘못된 경기) 진단 때문에 사회적 비용이 많이 지불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엔화 약세를 불러온 일본 정부의 '아베노믹스'에 대한 맞대응으로서 의도적인 환율 정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금리 인하와 함께 경제성장률도 하향 수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공식 입장과 상관없이 이미 시장은 기준금리를 두 번 내려야하는 정도의 프라이싱(pricing, 가격결정)이 확인됐다"면서 "(종전의) 상저하고의 경기 흐름은 유지하더라도 성장률은 낮출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혁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7월의 선례를 들면서 "올 1분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치(0.8%)보다 낮은 0.5~0.6%에 그칠 것 같다. 이는 금리 인하 명분이 된다. 결국 지난해 6월까지 금리 인하에 부정적이었던 한은이 한 달 후에 경제전망을 큰 폭으로 하향하면서 예상밖의 금리 인하를 단행했던 모습이 4월에 재현될 것"이라고 봤다.

4월에 금리를 낮춘 후 추가 조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異見)이 분분했다.

박혁수 연구원은 "얼마 전 국가미래연구원의 한은 금리결정 실기(失期) 지적이 나오지 않았나. 한 차례 갖고는 안 된다고 얘기한 걸로 봐서는 연내 한 번 더 금리가 인하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염상훈 연구원은 "2분기에는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 전망한 지 족히 3년은 됐다. 다 틀렸다. 회복 기미가 있더라도 그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7월에 한 차례 추가 인하를 점쳤다.

오현석 연구원은 "적절한 타이밍에 금리를 확 내리는 게 (경기 부양) 효과가 더 좋다는 측면에서 한 차례 0.5%포인트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박기홍 연구원은 "4월 금리 인하로 (경기가 회복된다면) 그 이후론 동결 형태로 진행될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 불확실성이 사라진 영향으로 오히려 시중금리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을 내놨다.

반면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금리 조정에 '중립'을 외쳤다. 정치적 압박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남기기 싫은 한은이 '동결'이라는 초강수를 띄울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는 "정책 공조 차원에서는 금리를 내리는 게 맞지만, 결정은 금통위가 하는 것이다. 1~3월에 비해 4월 경제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점에서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충분히 (한은은) 할 얘기는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경기를 진작시킨다는 의미에서 5월에라도 금리는 인하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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