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1900선이 흔들리고 있다.
북한의 도발 위협과 일본중앙은행(BOJ)의 양적완화에 따른 엔저(低)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빠져나간 것이 원인이다.
5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1959.45)보다 32.22포인트(1.64%) 내린 1927.23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6일(2020.74)에 비해 한 달새 100포인트 가량 떨어진 수치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무려 6722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은 북한 위협이 고조된 이번 주 동안 무려 1조3848억원 어치의 코스피 주식을 팔아치웠다. 지난 한 달 동안 판 코스피 주식은 무려 4조3700억원에 달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앞다퉈 한국 주식을 팔아치운 것은 북한 리스크와 일본의 엔저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고자 하는 의도다.
북한이 5일 장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물체를 동해 쪽으로 이동 배치한 것으로 관측된 가운데, 군 당국은 미사일 발사에 대비해 이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지난 4일에도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군사적인 실전 대응조치들을 연속적으로 취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일본중앙은행의 양적 완화 조치도 우리 증시의 악재로 작용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서울 증시에 투자했던 자금을 빼내 도쿄증시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일본중앙은행은 지난 4일 구로다 하루히코 신임 총재 취임 후 첫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시중 화폐공급량과 장기 국채·상장지수펀드(ETF) 보유량을 향후 2년간 2배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도쿄외환시장에서 최근 달러당 92엔대까지 상승했던 엔화가치는 6일 96엔까지 수직 하락했다.
◇사야 하나, 팔아야 하나
증시 전문가들은 북한이 계속적 위협을 넘어서 실질적인 도발을 감행할 경우 앞날을 전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놨다. 증시에서 '위기'는 '기회'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주식을 팔 때일까, 살 때일까.
현대증권 하용현 리서치센터장은 "외부 요인에 의한 위협은 항상 기회를 제공해왔다"며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보수적으로 지켜보다 상승의 기미가 보일 때 시장에 들어오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현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에 대해서는 "이렇게 주가가 빠지고 있을 때는 일부를 현금화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전체를 팔라는 것이 아니라 최악을 모면하기 위해 일부를 현금화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하 센터장은 "지금의 시장상황은 경기에 의한 것이 아니라 북한 리스크 때문에 투자심리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중장기적으로 갈 것인지, 조만간 돌파구가 나올 것인지는 단언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태로 저점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에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예의주시하고, 이와 상관없이 많이 하락한 종목을 찾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 고점 대비 100포인트가 날아간 상황"이라며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와 일본의 양적완화로 한국에서 일본으로 넘어가는 외국인들의 액소더스(대탈출)가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 센터장은 "북한 리스크는 현재 정점을 찍고 완화되는 것이 아니라 정점을 향해 가고 있기 때문에 1900 밑으로 떨어지는 것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만약 직접적 도발이 벌어질 경우에는 주가가 어디까지 빠진다는 말을 못할 정도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다만 직접적 군사 마찰이 벌어지지 않고 보여주기식의 도발만 이뤄질 경우 시장이 더이상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오는 11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만족할만한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상황이 조금 진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