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표류한 지 36일째 접어든 가운데 여야 협상이 방송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논란으로 전이됐다.
그동안 여야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소관 부처를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안에 사인을 하지 못했다. 이에 민주통합당이 6일 3대조건을 전제로 한 양보안을 내놓으면서 SO에서 공정방송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감정 싸움만 격화되면서 정국은 더욱 꼬이고 있다.
이날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요구대로 SO 인·허가권과 법률 재·개정권 등 관련 업무를 모두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은 양보안을 제시했다.
대신 ▲공영방송 이사 추천시 재적의원 3분의 2이상 찬성하면 통과시키는 특별정족수안 도입 ▲언론청문회 즉시 실시 ▲MBC 김재철 사장에 대한 검찰조사와 사장직 사퇴 촉구 등 3가지 방안을 요구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협상 테이블에 앉기도 전 "정부조직법 개편안과 상관 없는 사안"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쟁점인 SO의 공정성 확보 우려가 지상파로 옮겨진 데 대해서는 되레 '정치적 중립 훼손'이라고 반박했다.
신의진 원내대변인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적인 제안"이라며 "그동안 민주당은 SO에 관한 인·허가권이 방송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는 핵심이라며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왔는데 느닷없이 지상파에 관한 문제를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지상파는 SO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결국 그동안 SO 인허가권이 방송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는 핵심이라는 민주당 주장이 허위로 드러났다"며 "방송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면서 공영방송이 정치권에 개입하겠다는 주장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공영방송 이사 추천 시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을 요구한 데 대해서는 "결국 민주당의 허가를 받으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결국 지상파를 민주당이 쥐고 흔들면서 자신들의 입맛대로 쥐고 흔드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양보안 수용 불가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SO 소관부처 논란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싸운다"는 비판을 감안, 양보안을 내놓고 공정 방송으로 의제를 단순화했지만 여당이 '원안 고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지상파의 공정성과 공공성 회복을 위한 민주당의 제안을 거부한 것은 현재 이미 장악된 지상파는 그대로 둔 채 유선방송마저 장악하겠다는 의도"라며 "방송전체를 통제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특히 그는 "그동안 야당이 방송의 미래부 이관을 반대했던 것은 이명박 정부 내내 지상파 방송의 공정성 훼손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유선방송의 공정성마저 훼손될 것을 크게 우려해왔다"고 반박했다.
이어 "고심어린 야당의 제안을 원안사수 입장에서만 거부할 것이 아니라 전향적으로 수용해 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며 "나무만 보고 숲을 놓치지 말고, 봉우리만 보고 산을 놓치지 말라. 새로운 해법에 대한 전향적인 고민과 수용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야는 이날 오후 3시30분께 정부조직개편안을 놓고 원내수석대표간 회담을 진행키로 했지만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공식 협상은 또다시 불발됐다. 현재까지 여야는 협상 일정을 잡히 못한 째 또다시 물밑협상을 통한 조율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