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는 10월까지 도배․장판 시공을 스스로 하기 어려운 가구 40여 세대를 대상으로 ‘행복한 방 만들기’사업을 펼친다.
행복한 방 만들기의 첫 신호탄은 지난달 22일 강서구 시설관리공단 무지개봉사대가 쏘아 올렸다. 이른 아침부터 84세 이○○ 할머니 집 앞에 10여명의 단원들이 몰려들었다. 단원들이 좁은 통로를 지나 할머니 방으로 접어들자 한여름인데도 곰팡이 자욱한 벽지, 축축한 장판에서 풍겨오는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단원들을 반기는 할머니의 표정이 오늘따라 유난히 밝아 보였다.
사실 할머니는 84세의 고령에 심한 골다공증과 요통으로 고통받고 있다. 엉덩이로 방안을 기어 다닐 지경이라 혼자서는 청소, 목욕 등도 할 수 없다. 집수리는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이다.
단원들이 할머니를 밖으로 모시고 난 후 러브하우스로의 변신이 시작됐다. 세간이 하나씩 밖으로 옮겨지자 낡은 벽지와 장판이 모두 드러났다. 그동안 할머니가 여기서 어떻게 생활했는지 단원들은 그저 착잡할 따름이다. 낡은 벽지와 장판을 모두 드러내고 곰팡이를 닦아냈다. 단원들의 손으로 깨끗한 벽지가 발라지고 꽃무늬 장판을 깔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가구의 묵은 때, 어둑어둑한 전등, 냉장고를 비롯한 가전제품들도 단원들의 손이 닿자 반짝반짝 빛이 난다. 방바닥, 화장실, 집안 구석구석 청소까지 모두 마친 집은 새집과 다름이 없다.
달라진 집안 풍경을 본 할머니는 단원들의 두 손을 꼭 잡으며,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눈물만 그렁그렁 흘린다.
같은 날 같은 시각 등촌동 박○○ 어르신네 집 앞에도 인터넷 봉사활동 모임인 사랑바라기 회원들이 속속들이 모여들었다. 73세 박 어르신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무릎관절이 좋지 않아 걷기도 힘들다. 부인과는 이혼하고 10년 넘게 자식도 없이 혼자 살고 있는 수급자이다. 조그마한 부엌이 딸린 지하방에는 온갖 잡동사니가 즐비하다. 청소를 전혀 하지 않아 온 집안에 거미줄 투성이다.
사랑바라기 회원들의 작업이 시작되었다. 살림살이가 밖으로 옮겨지고 집수리가 시작되었다. 어르신은 집수리를 해주는 봉사단원들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도배, 장판, 전기, 가스, 수도 시설 등 모든 시공을 마친 집은 어느 러브하우스보다 빛이 났다.
행복한 방 만들기 사업은 민간단체의 후원과 재능봉사로 추진되고 있다. 벽지, 장판 등 물품은 개나리벽지와 투반에서 후원하고 있다.
향후 이 사업은 한국공항공사 시설안전본부 봉사단체, 한국가스기술공사 서울지사 사랑나눔봉사단, 열린시민사회 강서양천지부 등 각계각층의 봉사단체에서 릴레이 방식으로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