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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사태 1년]갈수록 커져가는 남은자의 고통…심리치료 지원대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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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사태 1년]갈수록 커져가는 남은자의 고통…심리치료 지원대책 절실
  • 김지훈 기자
  • 승인 2012.08.19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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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의 한 초등학생 자녀는 학교에 있을 때도 비만 오면 책상 밑으로 숨는 바람에 특수학교로 전학을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와요"

18명의 목숨과 수백억원대의 재산을 앗아간 우면산 산사태. 발생한 지 1년이 넘은 지금도 피해주민과 유가족들은 여전히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관계 당국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산사태로 당시 2살이던 둘째 아들을 잃은 송모(45)씨는 자신뿐만 아니라 아내와 아들까지, 가족 모두가 심적 고통을 겪고 있음을 털어놨다.

송씨는 "지난해 9월 셋째 아이 출산을 앞두고 있던 아내는 아직도 악몽을 꾸며 하루에 2시간도 채 잠 못 드는 날이 더 많다"며 "현재 5살인 첫째 아들은 새롭게 태어난 동생이 둘째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로는 동생이 자신의 근처에 오지도 못하게 한다고 말하며 가족 전체가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황임을 알렸다.

상황이 이런데도 당장 생계가 급하다 보니 치료는 엄두도 못 내는 게 현실이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내와 아이가 죽은 둘째와 당시 상황을 더는 떠올리지 않게 하는 것뿐. 그는 자신이 대책위원회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아내에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면산 산사태는 60대 노부부의 행복도 앗아갔다. 산사태로 다 큰 아들을 잃은 임방춘(65)씨는 심적 고통과 유가족 대표를 맡으며 받은 스트레스로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그는 산사태 발생 1년 만에 머리와 이가 빠지고 귀마저 잘 안 들리는 상황이다. 이런 남편을 매일 지켜봐야 하는 아내 김모(60)씨는 아들에 이어 남편마저 잃지 않을까 하루하루가 힘에 부친다.

김씨는 "우리는 돈만 바라는 게 아닌데 법적으로 금전적 보상밖에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보니, 돈만 밝힌다는 곱지 않은 시선까지 견뎌내야 한다"며 "산사태로 아들과 재산을 잃었는데 이제 남편마저 잃게 될까 봐 두렵다"고 애써 담담히 말하고는 더는 이야기를 잇지 못했다.

매년 여름마다 집중호우 등으로 발생하는 산사태는 적지 않은 사망자와 대규모 재산피해, 그리고 정신적 충격을 불러일으키지만 관계 당국은 금전적 보상 기준만 마련하고 있을 뿐 정신적 피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산사태 등의 피해가 발생하면 구호지급기준에 따라 금전적인 보상을 해준다"며 "주택파손과 침수 등의 재산피해와 사망 등 인명피해에 대한 기준이 정해져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호기금으로 심리치료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재난안전관리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 예고된 상태"라면서도 "언제 통과돼 시행될지는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규모 재해나 재난 등으로 피해를 당한 사람들에 대한 심리치료 등 정신적 보상규정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관계자는 "재난 등의 상황에서 입은 정신적 심리적 상처는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게 되지만 그동안 이러한 상처들을 경시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심리적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우울과 불안 증상이 계속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정신건강 회복을 위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도록 심리치료를 지원해 피해자들이 다시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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