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각 분야의 갑질 근절이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노동관계 개선이 업무인 일부 노무법인에서도 수습노무사에 대한 갑질이 만연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수습 공인노무사들의 모임 ‘노동자들의 벗’(노벗)에서 조사한 ‘2019 수습노무사 직장갑질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수습노무사 50%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간외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53.2%에 달했으며 법정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경우도 26.9%로 4분의1을 넘겼다.
이번 조사는 올해 공인노무사 합격자 300명 중 126명(여성 81명·남성 45명)을 상대로 4월1일부터 8일까지 실시됐다.
학업, 퇴직 준비로 인해 수습처 근무를 미룬 이들도 있어 올해 합격자 전원이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직장갑질119의 직장갑질 지수를 도입해 구체적 수치를 드러낸 첫 조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노벗에 따르면 수습기간 6개월 동안 야근과 추가근무를 수없이 반복했으나 불과 100만원을 받은 수습 노무사도 있었다.
이에 대해 해당 법인 측은 “너희는 전문직이기 때문에 근로자가 아니다”, “교육생 신분으로 배우러 온 것 아니냐”, “여기는 다른 법인과 달리 영어실력도 키울 수 있다” 등의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과도한 업무지시는 노무법인도 여타 직장과 다르지 않았다.
수습노무사들 32.8%가 연차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카카오톡 등으로 시간 외 업무지시를 받은 이들은 20.2%, 상사로부터 반복적으로 업무를 전가·강요받은 이들은 18.4%였다. 조기 출근이나 야근을 강요받은 이들도 15.2% 있었다.
선배 노무사로부터 폭언과 폭력, 성희롱 등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하직원을 무시하거나 비아냥거리는 말을 한다”는 질문에 ‘그렇다’ 혹은 ‘매우 그렇다’고 답변한 응답자의 비율은 21.5%를 기록했다. “상사가 업무를 지시하면서 위협적인 말이나 폭언을 한다”는 문항에도 12%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또 2.8%로 소수이긴 하나 ‘성희롱을 당했다’고 답한 수습 노무사들도 있었다.
노벗에 따르면 해당 실태조사가 착수되기 전 수습노무사들은 자체적으로 블랙·화이트리스트까지 만들어 ‘갑질 법인’을 가려내고 있었다.
블랙·화이트 리스트는 직전 기수 신입노무사들이 노무법인별로 ▲근로계약서 작성 ▲최저임금 지급 ▲연장수당 등 가산수당 지급 ▲연차휴가 여부 ▲기타 업무나 대표·상사에 관한 정보 등을 정리해 다음 기수에게 공유하는 문서다.
다만 이 리스트는 주관적 평가가 많고 전반적인 수습 노무사들의 근로조건을 보여줄 수는 없으며, 일부 노무법인이 사실과 관계없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노벗 측의 보고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공인노무사회는 해당 보고서를 검토하며 수습노무사들의 처우 문제 개선을 위해 해결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