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린 27일 잠실구장.
경기 전 덕아웃에서 취재진과 만난 KIA 선동열(49) 감독은 부상 선수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고개부터 가로 저었다. 자신도 원인을 모르겠다는 의미였다.
부상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경기나 훈련을 하다보면 다칠 수도 있다. 하지만 빈도가 지나치게 잦은 것이 선 감독이 생각하는 문제다.
선발진 중 양현종과 라미레즈가 전력에서 이탈했다. 애초 구상했던 5명 중 2명이 공을 만져보지도 못하고 빠졌다. 마무리 투수로 낙점했던 한기주는 어깨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타선에는 김상현과 이범호가 없다. 계획대로라면 최희섭과 함께 클린업을 책임져야 할 선수들이다. 이 밖에 여러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마운드의 붕괴를 타선의 힘으로 메우려 해도 쉽지가 않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KIA는 꼴찌 추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선 감독은 "나름대로 감독을 오랜 기간 경험해 봤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한꺼번에 부상자가 나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분명 원인이 있다. 1~2년 동안 생긴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1~2명이 빠지는 건 괜찮다. 그런데 6~7명이 한꺼번에 빠지는 것은 다르다"며 "우승을 차지하고 꾸준히 포스트시즌에 갔다면 이해라도 하겠다. 그런데 KIA는 그런 것도 아니었다. 뭔가 문제가 있는데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선 감독의 말대로 KIA 선수들의 줄부상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가까운 작년에는 전반기를 1위로 마쳤지만 선수들의 도미노 부상으로 4위까지 추락했고 결국 준플레이오프에서 허무하게 탈락했다.
KIA는 지난 시즌 종료 후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광주구장의 인조잔디를 천연잔디로 교체했다. 그래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선 감독은 "4월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고 푸념했다. 이어 "그렇다고 5월이 되면 특별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래저래 골치가 아픈 선 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