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스 비자금 횡령 및 삼성 뇌물 등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이명박(78) 전 대통령이 불구속 상태로 항소심 재판을 받게 됐다.
이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22일 구속된 지 349일 만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보석 청구를 허가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구속 기간이 다음 달 9일 자정을 기준으로 만료되는 점을 고려할 때 이전까지 심리를 마무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근 항소심 재판부가 새로 구성돼 구속 만기 날에 판결을 선고한다고 가정해도 저희 재판부에게는 고작 43일밖에 주어지지 않는다”며 “종전 재판부가 증인신문을 마치지 못한 증인 숫자를 감안할 때 항소심 구속 만기인 4월8일까지 충실한 항소심 심리를 끝내고 판결을 선고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 측은 1심과 달리 측근들을 대거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출석하지 않아 증인신문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보석을 허가하기 위해 ▲보증금 10억원 납입 ▲주거지를 자택으로 제한 ▲피고인 배우자와 직계혈족, 혈족배우자, 변호인 이외의 접견 및 통신 제한(이메일, SNS 포함) ▲매주 화요일 오후 2시까지 지난주의 시간활동내역 보고 등을 조건으로 걸었다.
건강 문제를 이유로 서울대병원을 주거지로 해달라는 이 전 대통령 측 병보석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거지는 주소지로만 제한하고 주거지 밖으로 외출도 제한한다”며 “만일 피고인이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으면 그때마다 사유와 진료할 병을 기재해 법원 허가를 받고 진료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보석 후에는 법원, 검찰, 관할경찰서장 등 이중삼중의 엄격한 감시와 감독을 받게 된다”며 “특히 법원에서 주심 판사 주재로 정기적으로 검찰, 변호사, 관할 경찰서 담당자 등이 참석하는 보석 조건 준수 여부 점검회의를 통해 피고인의 보석 조건 준수 여부를 엄정하게 감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보석금의 수령이나 석방 등 집행 절차는 검찰이 지휘한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측이 보석금을 납입한 것을 확인한 뒤 곧바로 석방 절차를 지휘했다.
법원 관계자는 “경찰서를 방문해 재판부의 ‘보석조건 준수에 대한 조치 요구’ 등을 전달하고, 논현동 사저를 방문해 보석 조건의 재고지 및 보석 결정에 따라 피고인이 제출 의무를 부담하는 ‘보석조건 준수에 관한 보고서’ 및 각종 서식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