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간담회 1천만~2천만원 각 지급

‘양승태 행정처’ 사법 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대법원 예산담당관실 등을 압수수색 중이다.
이번 수사가 시작된 이후 검찰이 법원행정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날 오전 대법원 예산담당관실, 재무담당관실, 이민걸 전 행정처 기조실장의 현재 사무실인 서울고법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의사 결정 과정을 주도한 것으로 파악된 박병대 전 처장, 강형주 전 차장, 임종헌 전 기조실장 등 압수수색 영장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압수수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자료가 있을 개연성이 희박하다”는 기각 이유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의사 결정 주체가 아닌 일반직 직원들에 대해서만 영장을 내준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양승태 행정처가 2015년 공보관실 운영지원비 3억5000만원 가운데 각 법원에 배당된 2억7200만원을 돌려받아 금고에 보관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같은 해 3월 여수에서 열린 전국법원장 간담회에 참석한 고위 법관에게 1000만~2000만원씩 봉투에 담아 나눠준 것으로도 파악했다. 당시 간담회에서는 비위 법관 근절 대책 등이 논의된 바 있다.
검찰은 해당 예산이 애초 불법적으로 현금화해 사용될 목적으로 신설이 추진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위 법관들에게 자금이 전달된 시점을 전후해 작성된 문건에는 ‘대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편성한 경비’ 등 목적을 드러내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공보관실 운영비가 2015년에 처음 편성된 예산이므로 법원장들에게 편성 경위와 집행 절차 등을 직접 설명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편성 취지에 맞게 사용됐다는 취지 주장을 폈다.
하지만 검찰은 “해당 예산은 고위 간부나 법원장이 임의로 쌈짓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전혀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검찰은 당시 대법원 예산담당관 등을 조사해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진술과 관련 문건을 확보하고 수사를 이어왔다.
한편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이 전 실장은 2015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행정처 기조실장으로 일했다. 그는 강제 징용 사건 재판을 고의로 지연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외교부 관계자와 수시로 접촉하며 의견서 제출 등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울러 법관 소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을 축소시킬 목적으로 연구회 중복가입을 금지하는 데 관여한 의혹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