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확정된 내년 보건복지부 예산을 보면 한국사회가 맞닥뜨린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의 심각성을 절감할 수 있다.
예산을 짜면서 합계출산율이 1.0명에도 미치지 못할 거라 내다본데다, 전체 지출의 절반 이상을 공적연금과 노인에게 투입했다.
정부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내년도 총지출(예산+기금)은 올해보다 14.6%(9조2204억원) 늘어난 72조3758억원이다. 84%가량인 60조7895억원이 사회복지 분야에 편성됐다.
이처럼 예산이 증가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가예방접종 예산은 사업 시작 이래 처음으로 줄었다.
백신 비축 및 국가주도 총량구매에 10억원 추가 책정하고 시행비까지 인상(어린이 1.1%, 성인 15.3%)했는데도 올해 3421억원에서 4.6%(156억원) 감소한 3265억원을 배정했다.
예산 축소엔 출생아수 급감이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올해 예산 편성 땐 신생아수를 41만1000명으로 계산했으나 내년엔 32만명으로 9만1000명이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합계 출산율(15~49세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평균)이 1.0명을 밑돌 거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전망을 반영했다. 신생아가 역대 최저인 35만8000명을 기록하며 합계 출산율이 1.05명으로 떨어졌던 지난해보다 낮다.
김강립 복지부 기획조정실장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출생아수 감소로 인해 예산이 일부 감액됐는데, 국가예방접종 예산이 감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복지부는 내년 예산을 통해 저출산 위기 대응에 주력한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아동수당은 본격적으로 1년치 예산을 집행한다. 0~5세 아동 1인당 월 10만원씩 소득하위 90%에게 지급하는데, 4개월분만 편성됐던 올해 7096억원보다 171.6%(1조2175억원) 증가한 1조9271억원이 편성된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 지원대상을 기준중위소득 80%에서 100%로 확대해 대상자를 3만7000명 늘린다. 이에 따라 관련 종사자 수도 4000명 증가하게 된다.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 40% 달성을 목표로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450개소가 문을 연다. 초등학생 대상 보편적 돌봄서비스를 지원하고 부모 육아 부담을 줄여줄 ‘다함께 돌봄센터’는 200개소가 새로 들어선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 반영 등 보육료 현실화를 위해 0~2세 보육료 단가도 올해보다 6.3% 상당 인상하면서 예산 3조4053억원을 준비하기로 했다. 가정양육 지원과 시간제보육 제공기관도 40개소 추가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14%를 넘어서면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런 상황은 내년도 복지부 예산에 그대로 반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