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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책임전가…윗선 지시 vs 과잉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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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책임전가…윗선 지시 vs 과잉 충성
  • 박경순 기자
  • 승인 2018.08.1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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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심의관 출신 법관 연이어 소환 "문건 작성도, 삭제도 시켜서 했다"
▲ 법관사찰 등 의혹 문건 다수를 작성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모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전 법원행정처 심의관)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양승태 행정처’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현직 판사들이 늘어나면서 각자 제살길을 찾아나선 모양새다. 

의혹이 불거진 문건 작성자들은 시켜서 한 일이라는 입장이고, 간부들은 과잉 충성의 결과물이라는 반응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검찰 조사를 받은 전직 법원행정처 심의관들 가운데 다수가 “윗선에서 시켜서 한 일”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일 기획조정실 출신 김모(42)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에 대한 공개 소환을 시작으로 정모(42) 울산지법 부장판사·박모(41) 창원지법 부장판사를 연이어 불러 행정처 근무 당시 문건 작성 경위를 추궁했다.

이들은 작성자 명의가 본인 이름으로 돼있지만 개인 판단으로 만든 문건은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공용물손상 등 혐의를 받는 김 부장판사를 비롯해 기조실 출신 판사들은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지시를 받아 판사 뒷조사 파일 등을 삭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장판사가 지난해 2월 인사 발령이 나자 새벽에 사무실에 나와 자신이 쓰던 공용컴퓨터에서 무단 삭제한 파일은 4500여건에 이른다. 문건이 삭제된 지 1년여가 지나 복원 작업에 나선 검찰은 파일 ‘목록’을 확보하는 데만 성공한 상태다.

반면 윗선에 해당하는 고위 법관들은 이들이 ‘과잉 충성’한 결과물이라는 반응이다. 실제로 이번 일의 최고 책임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난 6월 1일 퇴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보고되는 양이 엄청나게 많은데 다 기억하고 소화 못한다”며 “모든 것을 사법부 수장이 다 보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도대체 컴퓨터 안에 무슨 문서가 들어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며 “(질문한 사람이) 어느 언론사 소속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장이 지금 질문하시는 분 컴퓨터에 뭐가 들어있는지 다 알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법원 내부 사정에 밝은 한 변호사는 “법원행정처 사람들은 누가 그런 일을 법원행정처에서 지시하겠냐고 하더라. 밑에서 과잉 충성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세차례에 걸친 대법원 자체조사 결과로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선에서 책임을 묻는 데 그쳤다.

임 전 차장은 지난달 21일 자신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찾은 검찰 관계자에게 “정말 나에 대해서만 발부됐느냐”고 재차 반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잘못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재판만 하다가 법원행정처에 간 판사(심의관)들이 뭘 알았겠냐”며 “책임지는 자리에 있던 분들의 책임 회피가 씁쓸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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