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고혈압약 115개 품목에서 발암물질 함유가 우려되는 원료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해당 고혈압약을 복용한 환자 1만1800명 중 1명이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발사르탄' 원료의약품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발사르탄 내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 기준을 0.3ppm 이하로 설정해 관리할 예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중국 제지앙화하이사 발사르탄에서 NDMA가 검출된 이후 국내에 수입 또는 제조되는 모든 발사르탄 품목에 대해 수거·검사를 포함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앞서 식약처는 고혈압치료제로 사용되는 원료의약품 중 중국산 발사르탄에서 불순물로 NDMA가 확인됨에 따라 해당 원료를 사용한 국내 제품 54개사 115개 제품에 대해 판매·제조 중지를 내렸다.
식약처는 현재 발사르탄에 함유된 NDMA 함량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NDMA 검출 제품을 복용했던 환자들에 대한 영향평가를 진행 중이다.
중간 영향평가 결과 제지앙 화하이사 원료의약품의 제조공정 변경허가를 받은 2015년 9월 이후부터 3년 동안 국내 허가된 제품 가운데 최고 용량인 320㎎을 복용한 경우 자연발생적인 발암가능성에 더해 1만1800명 중 1명이 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식약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공받은 환자 정보를 활용해 보다 자세한 영향평가를 진행 중이다.
미국 FDA는 4년 동안 최고용량(320㎎)을 복용한 경우 자연발생적인 발암 가능성에 더해 8000명 중 1명이 암에 걸릴 가능성 있는 것으로 발표했다.
유럽의약품안전청(EMA)도 7년 동안 최고용량(320㎎)을 복용한 경우 자연발생적인 발암 가능성에 더해 5000명 중 1명이 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중간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식약처는 NDMA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제조공정을 시작으로 모든 발사르탄(52개사, 86개 품목)에 대해 순차적으로 자료 검토 및 수거검사를 진행 중이다.
화하이사와 유사한 제조공정으로 제조된 발사르탄(24개사, 31개 품목)들 중에서 대표성이 있는 품목을 대상으로 수거·검사한 결과 NDMA 잠정 관리 기준(0.3ppm)을 초과한 제품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화하이사와 제조공정이 다르거나 추가 확인이 필요한 발사르탄(31개사, 46품목)에 대해서는 자료 검토 및 수거·검사를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대봉엘에스'가 제조한 일부 '발사르탄' 제품에서 NDMA 잠정 관리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봉엘에스는 중국 주하이 룬두사가 원료를 수입·정제해 발사르탄을 제조했다.
현재 대봉엘에스 발사르탄에 대해서는 잠정 판매 및 제조 중지 조치하고 해당 원료를 사용해 제조된 완제의약품(22개사, 59개 품목)에 대해서도 잠정 판매중지 및 처방을 제한하도록 조치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2015~2017년 국내 전체 '발사르탄' 원료의약품 시장에서 대봉엘에스 발사르탄의 비중은 약 3.5%다. 또 같은 기간 59개 품목 생산량은 전체 발사르탄 완제의약품의 약 10.7%, 7월에 잠정 판매중단 조치된 화하이사 115품목의 경우는 약 11.4%다.
식약처는 화하이사가 제조한 발사르탄 외 다른 원료의약품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다.
식약처는 향후 발사르탄 내 불순물인 'NDMA' 관리를 강화하기 위하여 관련 규정 개정을 통해 기준을 0.3ppm 이하로 설정해 관리할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 기준은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가 권고하고 있는 가이드라인, 국내외 자료 및 전문가 자문 등을 검토해 설정됐다"며 "식약처 공식 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도 유럽의약품안전청(EMA) 등 외국 기관에서도 잠정적으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고 NDMA 위해성을 고려해 볼 때 해당 기준 설정이 타당하다고 자문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설정된 NDMA 기준(0.3ppm)은 향후 '발사르탄' 및 발사르탄이 함유된 모든 완제의약품에 적용되며 기준을 초과 시 해당 제품은 회수 조치된다.
보건복지부는 식약처 발표에 따라 해당 의약품을 처방 받은 환자 분들에 대한 조치방안을 마련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해당 의약품을 복용 중인 환자 수는 6일 기준 총 18만1286명이다. 해당 의약품을 처방한 의료기관은 7625개소, 조제 약국은 1만1074개소다.
복지부는 앞으로 해당 의약품이 의료기관에서 처방되지 않도록 6일 0시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시스템을 통해 처방·조제를 차단하고 건강보험 급여 적용도 정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된 의약품을 처방 받은 환자들은 종전에 처방을 받은 요양기관에 방문하는 경우 문제가 없는 다른 고혈압 치료제로 재처방, 재조제를 받을 수 있다"며 "의료기관을 방문할 수 없어 약국을 방문하는 경우에도 의약품 교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재처방·재조제시 동일 발사르탄 성분 내 교환뿐 아니라 발사르탄 성분에서 다른 성분의 고혈압 치료제로도 교환할 수 있다.
기존에 처방을 받은 병·의원 또는 약국에서 의약품의 재처방·재조제시 1회에 한해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하는 본인부담금이 발생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병원·의원 등에서 해당 의약품을 복용 중인 환자들이 조치방안을 안내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조치 대상 의약품을 복용 중인 환자들은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지 말고 해당 의약품을 처방받은 병·의원 등 의료기관에 상담을 거쳐 재처방 등을 받아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