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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돈 되는 ‘한국은행 주화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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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돈 되는 ‘한국은행 주화세트’
  • 전성희 기자
  • 승인 2018.07.10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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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용 한정판 주화세트를 돈벌이용으로 뒷거래
구매 장사진‚ 하루 50세트 사들인다는 중간상도
▲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앞에서 '2018년 한정판 주화세트'를 사려는 사람들이 건물 밖까지 긴 줄로 늘어서 있다. <뉴시스>

 “주화 샀어요? 나한테 팔아요. 돈 더 얹어줄게.”

최근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앞에서 만난 두 중년 여성은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들어갔다. 방금 한은에서 나온 여성은 주변을 살피더니 자신이 산 ‘주화세트’를 다른 여성에게 건넸다. 그걸 받은 여성은 주화를 자신의 가방 속에 넣고 다시 무언가를 꺼냈다. 만원짜리 지폐 두 장과 1000원짜리 지폐 세 장. 건물 밖에서 기다리던 여성은 다른 사람이 한은에서 1만4800원 주고 산 주화세트를 2만3000원에 다시 사들였다. 

한은에서 2001년부터 매년 발행해온 ‘한정판 주화세트’는 소장가치가 높다. 시중에 유통되지 않는 1원, 5원부터 10원, 50원, 100원, 500원 등 그 해에 생산된 6종류의 동전들을 한정된 수량으로 판매하기 때문이다. 

주화세트 판매를 담당하는 서원기업 이규훈 과장은 “화폐박물관 방문객들이 기념으로 사갈 수 있게 처음 제작을 시작했다”며 “매년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은은 지금까지의 판매추이 등을 감안해 물량을 정해왔는데 매년 조기매진 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올해의 경우 5만개 한정으로 1차 현장판매가 진행됐고 시작 열흘 만에 매진됐다. 하지만 ‘한정 수량’이 부각되면서 ‘소장용’이라는 애초의 취지는 사라지고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 1원부터 5원, 10원 등 2018년에 생산된 동전 6종류를 모아놓은 ‘2018년 현용 주화세트’.<뉴시스>

 

한은에서 발행하는 주화세트가 암암리에 뒷거래 되는 건 예전부터 계속된 고질적인 문제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법적으로 제지할 권리가 없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재기로 인한 피해는 순수하게 기념용으로 구매하려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한 시간 넘게 줄에서 기다리던 한 중년 여성은 결국 사는 걸 포기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이 여성은 “손자들 주려고 한 세트 구입하려 했는데 사재기하는 사람들 때문에 못 샀다”며 “저런 사람들을 통제해야 진짜 기념하려는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는 “한정판의 희소성을 노린 리셀러(reseller·상품을 웃돈을 받고 되팔아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이 최근 많이 등장하고 있다”면서 “일반 소비자들에게 상품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 측면에서 다각적인 고려를 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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