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의료계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문재인 케어)과 관련해 지난해 12월부터 9차례에 걸쳐 협의를 진행했으나 난항을 겪고 있다.
7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열린 ‘건보 보장성 강화 의·정 실무협의체’ 9차 협의에서 양측은 그간의 논의를 종합한 협의 결과를 정리하고 검토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다음날 대한의사협회를 대표해 협상을 참가해온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의협 회장단 교체 시기와 맞물려 총사퇴하고, 새로운 협상단을 꾸리기로 하면서, 실무협의체 운영은 안갯속에 접어들었다.
양측은 문재인 케어 시행과 관련한 예비급여 도입 등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예비급여의 경우 비용 대비 효과성이 떨어지지만 환자 이용이 많은 ‘비급여’ 3800여 가지 항목을 건강보험에 편입해 관리함로써 국민 의료비를 낮추기 위한 시도다.
일반적으로 외래 진료를 가면 진료비의 30~60%, 입원하면 20%를 환자가 부담하는데 예비급여의 경우 본인부담률을 30~90%까지 차등, 적용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행위나 약제 자체는 급여화 됐지만 비용 등의 사유로 횟수 등의 제한을 둔 ‘기준 비급여’ 400개 항목 중 36개 항목을 우선 예비급여에 편입해 오는 4월부터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의료계는 수가현실화, 심사체계개편, 공단개혁 등을 선행할 것을 요구하며, 정부가 발표한 36개 항목에 대한 예비급여 고시를 철회할 것을 요청하고 있어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와 함께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에 대해서도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포괄수가제는 특정 질환에 대해 입원에서 퇴원까지 정부가 정한 한도 내에서 의료비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백내장, 편도, 치질, 자궁수술, 제왕절개, 탈장, 맹장 등 7개 질환에 적용되고 있다.
기존 행위별수가제에서 진료 횟수가 늘수록 환자 비용 부담이 늘고 의사와 병·의원의 수입은 증가해 과잉진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병원측에서는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낮은 의료수가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반발해 왔다.
그래서 나온 것이 신포괄수가제 인데, 포괄수가제에 행위별수가제, 일당정액제 등을 혼합된 것이다. 기본 진료는 포괄수가를 적용해 상한을 두되 의사가 직접 시술한 일부 특정 진료비와 고가 약제·치료재료엔 행위별수가를 적용해 별도로 보상하는 것이다.
정부는 ‘신포괄수가제’를 전체 질병에 폭넓게 적용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의료계는이 역시 ‘환자에 대한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시범사업 확대 중단을 요구하며 대립하고 있다. 이와 함께 수가 정상화와 관련한 원칙과 주요 보상분야 등에 대해서도 양측의 시각이 서로 달라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비대위는 전날 배포한 자료를 통해 “수가현실화, 심사체계개편, 공단개혁에 대한 의료계의 요구에 대한 복지부의 보다 현실적이고 진정성 있는 개혁 태도도 보이지 않는다”며 ‘성의 있는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복지부는 우선 이달 말로 예정된 10차 협의회를 통해 지속적인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심사평가체계 관련, 심사실명제 단계적 추진, 자율신고제 도입, 심사기준 개선협의체 구성 등 이미 합의한 사항에 대한 실무 작업은 충실하게 이행해 건보 보장성 강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사회단체 및 가입자단체, 보건의료 전문가. 타 의료단체, 건정심·재정위 위원 등과 소통과 협의도 계속 강화하여 사회적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도 더 성실하게 기울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