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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에 대학가 미투 ‘활화산’…교수가 손 잡고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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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에 대학가 미투 ‘활화산’…교수가 손 잡고 키스
  • 이교엽 기자
  • 승인 2018.03.06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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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 단호히 거절하라…신입생에 조언 잇따라
교수들 성범죄에 고작 정직 3개월…규정 손봐야

“몇 년 전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수업을 핑계로 따로 불러내 술을 마시면서 딸 같다면서 손을 잡기 시작하더니 키스를 시도하고 제 몸을 만졌습니다.”

지난 1일 서울시립대 학생들이 가입한 비공개 카페 ‘시립대 광장’에는 자유융합대학 A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익명의 글이 올라왔다. A교수가 인생 상담을 해주는 척하며 작성자를 인적이 없는 곳으로 데려가 성추행했다는 내용이다.

작성자는 “길도 모르는 그 곳에서 어떻게 빠져나왔는지도 모르겠다”면서 “택시를 타서 교수가 쥐여주는 택시비를 받는데 몸 파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고 적었다. 그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고자 쓰는 이 글이 너무 이기적이고 늦은 게 아닐까 싶지만 더는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지난 2일 개강을 맞은 대학가를 중심으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교수, 동기, 선배에게 성희롱·추행을 당했던 피해자들이 당시 경험을 폭로하고 나선 것이다.

개강 후 성범죄에 노출됐던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글들이 줄을 잇는 동시에 앞으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학생들의 자발적인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오리엔테이션, 동아리 환영식 등 신입생 환영 및 개강행사 등을 맞아 일어날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을 미리 방지하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성균관대 총학생회 등 학생자치기구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앞서 ‘바람직한 새내기 새로배움터를 위한 성균인 선언문’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권력에 의한 일체의 신체적·성적·정신적·언어적 폭력을 절대 금하며 모든 참가자는 이를 위한 제반의 교육을 필히 이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연세대 총여학생회는 ‘성폭력 사건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배포했다. 매뉴얼에는 뒤풀이는 3차 이상 참여하지 말고 술자리에서 러브샷과 성적으로 불쾌감을 줄 수 있는 게임을 자제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각 대학 대나무숲에도 “술자리에서 선배들이 오라고 해도 가기 싫으면 단호하게 거절하라”, “신입생들은 술자리가 많을 텐데 술은 절제해서 마셔라”, “술은 자기 몸을 가눌 수 있을 만큼만 마셔야 한다” 등 신입생들에게 당부하는 글도 잇따르고 있다.

감리교신학대·경희대·동국대·동덕여대·성신여대·숙명여대·이화여대·중앙대·한양대 등은 대학여성단위연대를 결성하고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성범죄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해달라”며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동국대 총여학생회는 사화관계망서비스(SNS)에 ‘미투 운동’만을 위한 대나무숲 페이지를 만들었다. 또 이화여대 학보사는 지난달 20일부터 여성 대학생으로 겪은 차별과 성폭력 피해 수기를 모집했다. 서울대·연세대·성균관대 등 여성동아리 등은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맞춰 대학생 공동행동 미투 연대에 나설 방침이다.

반면 학교 측은 미투 운동 확산에 대체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피해 학생들을 구제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학교 이미지 실축만을 우려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홍미리 여성주의 연구활동가는 “학교에서는 아직 성폭력 문제를 조용히 해결하는 걸 선호하는 분위기”라며 “학내 성폭력 학칙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해자에 대한 올바른 조치뿐 아니라 신입생 및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방 교육에도 앞장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피해자가 적절히 보호되고 가해자가 처벌되는 등 성희롱·폭력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곳은 신고율이 높다”면서 “그렇지 못한 학교는 안에서 해결되지 않으니 대나무숲 등에 대한 고발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성폭력을 저질러 문제가 된 교수들이 다시 교단 위에 서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교수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피해 학생들에게 2차 가해로 되돌아 오는 것이다. 

이 교수는 “’3개월 정직’도 중징계에 속하다 보니 (교원소청위원회가) 중징계를 권고했을 때 학교당국에서 최종적으로 정직3개월 처분을 내릴 수 있는 것”이라며 “학생들 입장에선 너무 부당한 처사인 만큼 규정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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