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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형저축 판매 첫날 문의만 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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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형저축 판매 첫날 문의만 쇄도
  • 엄정애기자
  • 승인 2013.03.0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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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이 첫 출시된 6일 오전. 서울지역 16개 은행 영업점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내방 고객마저도 상담만 받고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첫 날 가입계좌는 수만 좌에 달했다. 대부분 사전예약 판매된 것이다. 불완전판매에 따른 소비자 민원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출혈경쟁 속 은행 창구 '한산'…서류발급 사이트는 '마비'

우리은행 서울 을지로지점을 찾은 김 모(64)씨는 "4% 넘는 금리를 준다고 해서 아들에게 부탁해 증명서까지 떼고 왔는데, 막상 상담해보니 나한테는 맞지 않는 상품인 것 같더라"고 말했다.

오전 10시15분 현재 하나은행 본점 별관 영업2부를 통해 재형저축에 가입한 고객도 단 2명 뿐이다. 창구 직원은 "(가입보다는) 문의가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4.6%의 최고 금리를 제시했던 IBK기업은행의 서소문지점은 오전 9시40분 기준 내방고객 수가 3명에 그친다. 재형저축 가입은 단 한 건도 없다. 연 4.5%를 주기로 한 신한은행의 남대문로 본점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출시 직전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던 재형저축이 정작 출시 당일 날 가입 실적은 저조한 셈이다. 증명서 발급이 이뤄지지 못한 탓이 컸다.

전국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재형저축 가입시 제출해야 하는 소득금액증명원을 아직 발급받은 사람이 적어 신청자가 몰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 날 오전 9시부터 1시간 가량 수십만명이 한꺼번에 홈택스(www.hometax.go.kr) 홈페이지에 접속하면서 소득확인증명서 발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민원인들의 불편이 이어지자 국세청은 기획재정부의 동의를 얻어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으로도 재형저축에 가입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을 소득확인증명서와 달리 회사에서도 발급 가능하다.

◇첫 날 가입계좌 '수만건' 추정…소비자민원 봇물 이룰 듯

그러나 이 날 정오 기준 재형저축 가입계좌 수는 수만 좌에 달한다는 게 은행권의 전언이다. 약관과 금리가 확정되기도 전에 재형저축 상품을 무차별적으로 팔았다는 얘기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오전에만 수만 계좌가 판매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대부분이 사전예약으로 팔린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은행의 재형저축 영업행위에 대한 사후검사를 예고한 상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관계영업에 치중한 은행권의 행태가 또다시 드러난 것"이라면서 "상품 구조를 비교하지 못한 채 가입한 고객들의 불만이 커질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첫 날 가입자 수가 저조한 틈을 타 금리 조정에 나선 은행도 있다. 광주은행은 이 날 KJB재형저축 기본금리를 3.8%에서 4.2%로 0.4%포인트 높였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은행연합회 금리비교 사이트에 고시한 기본적용이율을 3.4%에서 4.1%로 수정했다.

판매 초기에 다수의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조치지만, 은행권의 출혈 경쟁이 한층 더 가열된 데 따른 '역마진' 우려도 커지고 있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타 은행과의 금리 차가 크면 영업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이 날 오전 내부 협의를 거쳐 금리를 올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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