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경제가 내수 둔화에도 불구하고 수출 회복세가 지속되면서 경기 부진이 완화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2월 경제동향’에서 “고금리 기조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민간소비와 투자 부진이 지속되고 있으나 반도체 경기 반등에 따른 수출 회복세로 경기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1월 수출(5.0%→18.0%)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품목이 증가로 전환되며 전달의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품목별로는 반도체(21.7%→56.2%)와 자동차(17.9%→24.8%)가 대폭 증가했다.
12월 전산업 생산은 건설업, 서비스업 등 내수와 밀접한 산업이 부진한 반면 광공업이 회복 흐름을 보이며 증가세가 점차 확대됐다.
특히 최근 반도체 산업은 수출과 생산이 대폭 증가하고 재고는 감소하는 등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제조업은 1년 전 부진했던 반도체(53.3%)가 급증하면서 생산과 출하가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재고는 감소했다.
수출 경기가 활력을 찾아 제조업은 회복세를 보인 반면 내수는 서비스업과 건설업은 둔화했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도소매업(-3.7%)과 금융 및 보험업(-3.0%)을 중심으로 서비스업(0.2%)이 낮은 증가세를 보였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건설업(-1.2%)도 감소로 전환했다.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자료에서도 민간소비(1.0%), 건설투자(-1.6%), 설비투자(-3.8%) 등 내수는 부진한 반면, 수출(9.8%)은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더라도 비제조업 업황전망 심리지수는 하락했으나 제조업 업황전망 심리지수는 완만한 개선 흐름을 나타냈다.
12월 소매판매(-2.2%)는 국내승용차(-9.7%), 의복(-6.7%), 음식료품(-5.2%) 등 다수의 품목에서 감소하면서 상품소비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 지속됐다.
서비스소비는 해외관광객(73.4%)이 크게 늘었고, 그와 밀접한 운수 및 창고업(9.7%)도 높은 증가세를 보였지만 나머지 대다수의 업종은 부진해 증가세가 미미했다.
1월 소비자심리지수(101.6)는 기준치(100) 부근에서 등락하면서 전달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12월 설비투자(-11.9%→-5.9%)는 반도체 관련 투자 부진이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큰 폭의 감소세를 이어갔다.
KDI는 고금리로 인해 전반적인 투자 여건이 여전히 제한적이지만 반도체 투자 관련 선행지표가 다소 개선되면서 향후 설비투자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가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12월 건설기성(불변)은 부진했던 주택착공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전월(2.2%)보다 낮은 -1.2%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민간부문의 건설수주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어 건설투자의 둔화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2월 취업자 수는 제조업과 건설업의 부진 완화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업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점차 축소하면서 28만5000명이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1월 소비자물가는 내수 부진의 기저효과가 반영되면서 전달(3.2%)보다 낮은 2.8% 상승률을 기록했다.
주택시장은 매매가격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에서 모두 하락세로 전환되는 등 수요 둔화가 지속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세계경제는 미국과 중국이 비교적 양호한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경기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됐다.
미국과 유로존은 최근 통화긴축의 부정적인 효과가 지속되면서 당분간 경기가 완만한 둔화 흐름을 보일 전망이고, 중국은 생산과 소비가 다소 회복됐지만 해외 수요와 부동산 투자의 부진 등 경기 하방 압력이 높은 상태다.
KDI는 “중동지역의 분쟁이 향후 유가 상승, 운송 차질 등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