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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 던질테니 필요한 것 고르시오…연극 '허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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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 던질테니 필요한 것 고르시오…연극 '허탕'
  • 이재훈 기자
  • 승인 2012.06.22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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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문화를 소비하는 대중이 리듬과 경쾌함을 굉장히 좋은 오락으로 즐기고 있는데 (예전) 세계에 갇혀 있다는 것을 '허탕'하면서 깨달았어요."

13년 만에 자신의 초기 연극 '허탕'을 무대에 올린 연극연출가 겸 영화감독 장진(41)은 21일 "관객에게 지루하거나 어렵거나 등의 문제가 선택의 기준이 되는 작품이 아니다"며 "대중은 이런 식의 무대에서 이런 식의 어려운 담론을 펼치고자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짚었다.

'허탕'은 1995년 정재영 정은표, 1999년 정재영 신하균 정규수 임원희 등 연기력으로 내로하는 배우들이 출연한 연극이다. 지상 최대 럭셔리 '7성급 감옥'이 배경이다. 원래 이곳에 살고 있던 여유만만 죄수와 막 들어온 의심 많은 죄수, 미스터리 여자 죄수가 동거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줄거리는 기존의 재기발랄한 장진표 연극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불편한 진실을 묵인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인간, 현실에 불만을 제기하며 돌파하려는 인간, 현실에 놀라 세상을 잊은 채 아련한 추억 속에 살아가는 인간을 한 공간에 몰아넣었다. 과연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관객 스스로 탐색하게 만든다. 극이 전개될수록 작품의 주는 무게감도 상당하다.

"재능의 한계를 느끼죠. 시대가 달라졌는데. 공연 올린 지 3일 만에 물리적으로 힘겨운 게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10분 분량을 들어내고 압축했어요(총 러닝타임 110분). 더 이상의 편집은 없을 겁니다. 일단 텍스트 상에 만족해요."

요즘 보기 드문 부조리극이다. "1990년대 초반에 쓴 작품인데 당시는 문화 포스트모더니즘이 왕성한 시대였어요. 창작자 입장에서는 정확한 해석이나 과학적 인과 관계를 제시하기보다는 열린 구조를 지향했죠. 그런 작업이 지금 유효한 지는 잘 모르겠지만 관객 각자의 입장에서 작품을 해석할 수 있도록 열린 결말을 내놨죠. 그래서 연출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 같아요."

7성급 감옥을 색다르게 표현하기 위해 연극과 영화의 경계를 허문다. 5개 캠코더와 10개 모니터를 무대 위에 설치, 실시간으로 촬영되는 영상을 극중에 녹여낸다. 마치 실제 감옥에 설치된 CCTV를 연상케 한다. 또 소극장에서는 이례적으로 원형 무대를 도입, 무대와 객석의 간격을 좁혀 관객 모두가 감옥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지도록 유도한다.

"관객들이 어느 순간 자신들이 감옥을 감시하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으면 했어요. 제가 진행하는 tvN 코미디 버라이어티쇼 'SNL 코리아'의 무대와 비슷하더라고요. 관객이 무대 앞에서 모니터를 보는 부분이요. 모니터로 보는 입자감은 틀리거든요. 무대를 직접 볼 때와 달리 감흥이 복잡할 겁니다."

장진은 지난해 말 신작 '리턴 투 햄릿'을 선보여 호평 받았다. 이어 '서툰 사람들' '허탕' 등 기존의 히트작을 다시 선보이고 있다.

"만날 했던 작품만 했다는 소리를 들으면 그렇잖아요. 신작을 해서 양심이 있는 것 같아 다시 '허탕'을 하게 됐죠. 하하하. 작품이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배우들이 바뀌었다는 것이 큰 변화죠. 배우들의 에너지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연극입니다."

감옥에서 빚어지는 기괴한 상황에서도 한 치 흔들림 없이 철창에 톱질을 하며 탈옥을 꿈꾸는 죄수는 연극배우 김원해와 이철민이 번갈아 연기한다. 감옥에 막 들어와 어리바리한 죄수로는 연극배우 김대령과 이진오가 더블 캐스팅됐다. 충격으로 기억과 언어를 잃었지만 빼어난 미모와 함께 감옥의 탈출구를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인 여죄수는 2년 전 '너와 함께라면'을 통해 연극무대 신고식을 치른 이세은과 연극배우 송유현이 나눠 맡는다.

9월2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볼 수 있다. 3만5000원. 02-747-5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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