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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與野, 네거티브 선거전 더이상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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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與野, 네거티브 선거전 더이상 안된다
  • 안호균 기자
  • 승인 2011.10.24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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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장 보선이 미래 서울시를 이끌어갈 후보들의 참신한 정책선거가 아닌 네거티브만이 난무하는 흑색선거전이 돼 버렸다. 누구를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

최근 기자가 10·26 재보선 선거전을 나흘 앞두고 취재 현장에서 들은 한 유권자의 푸념이다. 서울시장 보선을 불과 이틀 앞두고 여야 후보 측이 '후보자 검증'을 가장한 '네거티브 공방전'이 도를 넘어 과열되고 있다.

특히 재보선의 승패를 가름할 서울시장 보선은 후보자 가족의 신상 파헤치기와 이데올로기 덧씌우기 등이 수법이 총동원돼 과거의 구태 선거양상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지율 격차를 만회하기 위해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범야권 무소속 박원순 후보의 가족사와 학력 문제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지며 네거티브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

축제같은 선거를 치르겠다던 박 후보 측도 선거 중반부터 여권의 공세로 지지율이 하향 곡선을 그리자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의 가족 문제 등을 거론하며 똑같이 맞대응했다.

최근에는 후보 측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무소속 국회의원과 인터넷 라디오 방송 등도 비방전에 가세하며 선거를 자신들의 홍보수단으로 활용하는 행태마저 나타나고 있다.

결국 선거는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됐고, 급기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가 각 후보 측에 네거티브 선거전 자제를 요청하는 공한을 발송하기에 이르렀다.

여야 정당과 후보 캠측은 한 목소리로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이 '안철수 현상'을 불러 왔다며 자성을 다짐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로 기성 정치권인 '여의도 정치'의 한계를 재확인했을 뿐이다.

우선 여권은 신상 파헤치기 싸움으로 선거구도를 설정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나 후보 측은 '정당한 검증'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집권 여당의 후보가 정책홍보보다 상대방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유권자들이 시선곱게 바라보지는 않을 것이다.

야권 또한 이번 선거를 통해 희망을 제시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린 만큼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오십보 백보란 얘기가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박 후보는 출사표를 던지면서 "선거과정을 축제처럼 아름답게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국 지지율이 하락하자 '직업 정치인'들의 정치공학에 의존했다.

취재 현장에서 시민들을 만나 정치에 대한 얘기를 나눠보면 "정치인들은 매일 싸우기만 해 누구도 찍고 싶지 않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 골목골목을 누비며 유권자들을 만난 후보들도 이런 사실을 모를리 없을 것이다.

유권자들은 더이상 양비론을 강요받길 원하지 않는다. 두 후보가 서울 시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 마지막 하루 만이라도 네거티브 공세를 접고 아름답고 깨끗한 선거운동을 진행하기 바랄 뿐이다.

기자의 이 같은 바람이 단순히 나만의 바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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