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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 재난이 된 기후·에너지 위기. ‘기후복지’ 정책 강화 적극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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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 재난이 된 기후·에너지 위기. ‘기후복지’ 정책 강화 적극 검토해야
  • 류효나 기자
  • 승인 2025.08.1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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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올여름은 기록적인 폭염(暴炎)에 이어 극한 폭우(暴雨), 폭우(暴雨)가 끝나자마자 다시 기록적인 폭염(暴炎)으로 바통을 터치하며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극단적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기후 취약계층’ 절반 가까이가 폭염(暴炎) 때 외부로부터 고립된 채 생활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인과 장애인, 저소득층, 취약시설 거주자 등 ‘기후위기 취약계층’은 폭염(暴炎)으로 인한 피해로 경제적 피해를 가장 크게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환경연구원 산하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KACCC)가 지난 8월 14일 공개한 ‘기후위기 취약계층 실태조사 참조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기후위기 취약계층 2,3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노인·저소득계층 등 ‘기후 취약계층’ 응답자 절반(49.3%) 가까이 폭염(暴炎) 때 ‘사회적 고립’을 경험했다. 응답자 70.1%는 “집에만 있게 된다.”라고 답했다. 사회적 고립은 생존 문제와도 직결돼 긴급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방증(傍證)하듯 응답자 67.5%는 “폭염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라고 답했다. 냉방비, 물가상승 등으로 생활비 부담이 늘고, 기후위기로 가축이 죽거나 농작물 피해를 입어 소득이나 자산에 타격을 입는 경우 등이 포함됐다. 응답자 21.5%는 “온열·기저질환으로 인한 의료비용이 부담이 컸다.”라고 답했다. 에어컨의 유무가 취약계층의 위험도를 나누는 절대적 기준이지만, 에어컨을 사기도 어렵고 있어도 전기세 걱정에 시원하게 틀지 못하는 경우 등이 많다.

‘기후 취약계층’이란 노인, 장애인, 기초 생활 수급자, 노숙자, 야외노동자 등 일반인들과 비교해서 폭염에 대한 민감도가 높고, 기후변화의 영향을 회피할 수 있는 자원이나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폭염 수준이 심각한 기후에 노출된 취약지역에 거주하면서 ▷경제적 취약성(기초 생활 수급자·차상위 계층), ▷주거 환경적 취약성(쪽방·반지하가구 거주자, 에어컨 미비 가구 등) 중 1개 이상에 해당하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정부는 이번 조사와 올해 진행 중인 실태조사를 토대로 올해 안에 ‘기후 취약계층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한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다행스러운 일로 반기고 환영한다.

무엇보다 사회적 고립은 생존과 직결된다. 응답자의 24.8%는 “폭염 위급상황에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라고 답했고, 1인 가구에서는 이 비율이 무려 36.3%로 더 높았다. 특히 ‘폭염 시 집에만 있게 됨’은 영유아 가정(81.4%)과 1인 가구(68.5%), 심·뇌혈관 질환자(68.2%)에서 높게 나타났다. 외출이 줄면서 사회 관계망을 단절시키고, 우울감이나 고독사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폭염은 취약계층의 건강에도 타격을 줬다. 의사로부터 진단받은  ‘온열질환(溫熱疾患 │ Heat illness)’ 경험은 전체의 8.5%였다. 옥외근로자(16.5%)와 영유아 가정(9.4%), 장애인(9.4%) 집단에서‘온열 질환’ 경험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폭염은 취약계층의 건강에도 타격을 줬다. 의사로부터 진단받은 온열질환 경험은 전체의 8.5%였다. 옥외근로자(16.5%)와 영유아 가정(9.4%), 장애인(9.4%) 집단에서 온열질환 경험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폭염을 견디기 위해서 우선 필요한 지원책으로는 냉방에너지 비용(에너지 바우처 │ 39.8%)과 에어컨 등 폭염 물품(26.0%)을 원한다는 답이 많았다. 또한, 주거환경 개선사업 수요는 단열공사(29.0%), 열 차단 페인트(17.5%) 등에서 높게 나타났다. 야외 폭염 대응 인프라는 시설형 그늘(48.7%), 나무 그늘과 녹지(36.9%)를 선호했다. 이번 실태조사에 참여한 전문가 그룹 23명은 집단 인터뷰에서 “노인·1인 가구·반지하 거주 등 복합적 취약 특성을 가진 대상을 가장 최우선으로 지원해야 한다.”라며 “특히 에어컨의 유무는 어떠한 지원보다 취약계층의 위험도를 나누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우선해서 에어컨 지원을 필요로 요청한다.”라고 답했다. 또한 “야외노동자는 아니더라도 기후변화 피해에 민감한 급식실, 조리실 등 실내 고온 환경 종사자도 기후변화 피해에 민감한 집단으로 분류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우리 모두에게 직면한 상황이지만, 이상 기후로 인한 피해는 ‘기후 취약계층’에게 더욱 가혹하다. 재난은 누구에게나 괴롭지만, 사회적 약자에 피해가 집중된다는 점에서 가장 ‘불평등한 재난’으로 꼽힌다. ‘존 C. 머터(JOHN C. MUTTER)’ 컬럼비아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재난의 상황은 늘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하며, 자연보다는 인간이 더 큰 피해를 준다.”라고 역설했다. 어떤 기상재해보다 많은 인명을 소리 없이 앗아가는 ‘침묵의 살인자(Silent Killer)’인 폭염이 우리 여름의 일상이 됐다. 수십 년간의 통계를 보면 장마 일수는 줄고, 폭염 일수는 점점 늘고 있다. 폭염 속에서 가장 고통을 받는 이들은 언제나 사회적 약자들이다. 온열 질환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노년층, 쪽방촌 주민, 장애인, 단순 노무 종사자 등이다. 이들에게 여름은 생존의 문제로 다가온다. 실제로 매년 온열질환자 및 사망자 중 상당수가 이들 취약계층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만 한다.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기회의 평등’을 말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점점 더 깊어지는 격차 속에서 살고 있다.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불평등의 구조를 해부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적인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과 정치경제학자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의 공저 ‘기울어진 평등 : 부와 권력은 왜 불평등을 허락하는가(Equality: What It Means and Why It Matters)’란 책에서는 대담한 해법들을 제시하며 담론을 넘어서 미래를 위한 현실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진짜 평등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방식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며 “단순히 소득을 맞추자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공존할 수 있는 공간,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문화, 그리고 기본적인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하다.”라고 설파(說破)한다.

먼저 ‘토마 피케티’는 자본의 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지속적으로 높아 부의 집중이 심화한다고 지적하고, 그 해결책으로 부유층에 대한 누진세 강화, 최고 임금제 도입, 자산에 대한 글로벌 세금 등을 제안한다. 궁극적으로는 경제·사회생활에서 교육, 보건, 교통, 에너지 등 공공서비스를 강화하는 방향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마이클 샌델’은 평등은 단순히 소득분배뿐만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 구조의 ‘평평한’ 설계가 중요하다고 주장하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대학 입시 추첨제, 계층 간 네트워킹 공간 마련, 노동의 존엄성 회복을 위한 제도 개선을 제안하고 있다. 예컨대 입시 추첨을 통해 특권층 자녀 위주의 입학을 지양할 것을 제안합니다. 부유층과 중산층 그리고 서민이 섞일 기회를 늘려 사회적 분리를 방지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들 두 학자는 자본주의 구조가 ‘승자와 패자’를 양산하는 위계적 시스템이라는 데 공감하며 이 구조를 ‘평평하게’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을 완전히 해결할 방안을 제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것은 불평등이 단일한 원인이 아닌 “복합적 구조”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즉 불평등은 경제, 정치, 문화, 심지어는 심리구조까지 얽힌 종합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일한 해답이 나올 수도 없으려니와 그것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난제다. 오히려 해결책 자체가 새로운 갈등을 낳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기후 취약계층’에 대한 상대적 소외감·박탈감은 품고 보듬어야만 한다. 그것이 국가의 책무이자 소명이기 때문이다.

앞서 농민들은 ‘기후악당’ 기업을 상대로 국내 첫 배상 소송에 나섰다. 국내 농업인 6명이 지난 8월 12일 한국전력공사와 5개 발전 자회사를 상대로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인당 500만 2,035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35’원은 2035년까지 석탄발전 퇴출을 촉구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덧붙였다. 국가와 사회가 책임감을 가져달라는 절박한 외침일 뿐만 아니라 극단화(極端化)하는 기후로 인한 약자들의 고통이 심각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탄소 중립’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기후 약자들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후복지’ 정책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농업은 기후조건에 큰 영향을 받는 산업으로, 계절 주기와 기상 패턴의 안정성이 생산성과 직결된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간 한반도에선 1912~1940년 평균 대비 최근 30년(1991~2020년) 평균기온이 1.6℃, 강수량은 135.4㎜ 증가했다. 폭염·가뭄·집중호우·냉해 등 이상기상 현상이 빈발하면서 재배 가능 작물의 범위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사과와 복숭아는 재배 적지가 북상하고, 벼는 병충해와 수확기 변동으로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 산청 지역 딸기 농가는 산불과 폭우 피해가 반복되며 생산 기반 자체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충남 당진의 벼농사는 병충해와 잦은 강우, 폭염 피해가 해마다 심해져 수확량이 줄고 품질이 떨어져 생계가 위태롭다고 했다. 경기 이천과 경북 영덕에서 복숭아 농사는 기후변화로 복숭아순나방이 창궐해 나무를 베어내야 했으며, 개화와 착과 불량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편, 한전은 ESG 경제에 “한전과 자회사들도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공감한다.”라면서 “탄소 배출량 감축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전력 측은 또한 “향후 기후위기 관련 법령과 정부 정책을 성실하게 따를 것”이라면서 “제기된 소송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 기후 정책은 여전히 ‘산업’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어 우려스럽다.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8월 13일 발표한 이재명 정부 5년의 국정 청사진을 담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는데 대선 공약이었던 ‘기후에너지부’ 신설은 빠졌다.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대전환’ 등 주요 국정과제 대부분이 경제·산업 분야에 포함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재생에너지 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려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방안을 강구하라.”라고 지시했다. 탄소 중립에 방점을 둬야 할 에너지 정책에 산업·경제 논리가 우선하는 것 아니냐는 시민들의 우려를 감안한 지시일 게 분명하다. 정부는 이미 생업·생계 피해를 겪고 있는 기후 약자들을 보호할 ‘기후복지’ 정책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책무임을 각별 유념하고 명심 실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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